이수기 논설위원
국민의힘은 5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뤘고, 대선 연장전이 된 지방선거에서 압승했지만 질긴 연패의 고리를 끊는데 무려 6년이 걸렸다. 보수 정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정사상 초유의 불행한 탄핵 후 궤멸하다시피 됐다. 2020년 총선 등 전국 단위 선거서 내리 4연패를 당했다. 대선서 윤석열 대통령이 0.73% 포인트 차로 승리했다. 지방선거도 여세를 몰아 17개 시도지사 중 12곳, 기초단체장, 도의원, 기초의원까지 압승했다. 새 정부 출범 후 첫 60여 일의 정치적 의미가 각별하다. 최고조에 이른 국민 기대를 기반 삼아 정권의 역점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시기다.
복합비상시국에 바람잘날 없는 낯 뜨거운 국민의힘 당권싸움의 불협화음은 볼썽사납다. 정권 잡기 내부 권력 투쟁에 정신 못 차리는 현실은 실망이고 한심해 국민들이 혀를 찬다. ‘윤심·안철수’ 대 ‘반 이준석’ 대표 간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처럼 윤 대통령이 여당 장악을 못해서인지 ‘이런 집권당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내홍이 화약고 같아 이 대표 성 상납 의혹이 징계 결과에 따라 ‘시계 제로’의 거센 후폭풍도 우려된다. 이러고도 2024년 4월 총선서 승리를 바라기보다 혐오감만 커진다. 지지를 받는다 싶으면 도지는 보수 세력의 ‘콩가루 집안’ 병이 또 어김없이 재현되고 있다. 2년 간 전국 단위 선거가 없다고 국민 시선은 전혀 개의치 않겠다는 건인가.
건전한 정치 발전을 위해선 ‘깨끗하고 따뜻한 보수’가 살아나야 한다. 보수 정당의 시대적 사명이 크고 무겁다. 선거서 연승, 어엿한 집권여당으로 자리매김했으나 불안하다. 당내 갈등의 불협화음이 잇따라 노출, 집권당으로서의 막중한 책임을 잊어버린 것 같다. 보수의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 탄핵에도 당에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과거 같은 자만에 대한 경고음이 또 울리고 있다. 2016년 새누리당의 ’옥새 들고 나르샤’로 민주당에 총선 승리를 안겼다. 민심의 도저한 흐름은 분명, 주인이 누군지 모르고 자만한 정당에 대해선 심판의 역사였다.
여당이 선거에 이기자 민생 현안 안중보다 당권 다툼과 계파 만들기에 정신이 팔린 것처럼 보인다. 2016년 총선 때 비박, 친박 공천 갈등으로 지지율의 추락 후 회복하는데 5년 가까이 걸렸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당시 침몰하는 배에서 상대방에게 책임을 돌리며 나만 살겠다는 발버둥과 선거 참패 후에도 친박-비박으로 나뉘어 이전투구 했던 모양새는 끔찍했다. 요즘 국민의힘 돌아가는 것을 보면 5년 전 집안싸움을 하다 박 전 대통령 탄핵과 4연패로 폭망했던 뼈아픈 기억의 교훈을 벌써 깡그리 잊어버린 것 같다. 정부, 여당에게 불면(不眠)의 밤이 기다리고 있다. 이겼다고 자만할 것이 아니라 더 혁신, 개혁해야 한다. 여당은 ‘권력 암투 추태’을 접고, 국가적 난관을 헤쳐나갈 혜안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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