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 뚱뚱해진 토양, 이제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농업이야기] 뚱뚱해진 토양, 이제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 경남일보
  • 승인 2022.07.1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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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십자사연맹(IFRC)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지구촌 인구 약 20%에 달하는 15억명이 비만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영양실조로 고통받는 9억 2500만명보다 많은 수다. 우리나라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질병관리청이 지역사회건강조사를 처음 실행한 2008년부터 2019년까지 성인 273만 8572명의 누적 자료 분석 결과를 보면 2019년 성인 비만율은 34.6%로 2008년보다 13%포인트 증가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비만의 증가는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와 같은 심혈관질환의 위험도 증가시킬 수 밖에 없다. 이로 인해 다이어트 의료, 헬스클럽, 다이어트 식품 등 다이어트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식품의 원료가 되는 농산물을 생산하는 우리나라 토양의 건강상태는 어떠할까? 건강하게 잘 자란 농산물을 먹으면 건강에도 좋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건강한 농산물은 토양의 건강상태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기본적으로 식물은 공기중의 이산화탄소(CO2)와 물(H2O) 그리고 빛에너지를 이용한 광합성을 통해 무기물에서 유기물을 만들어낸다. 이산화탄소는 잎을 통해 흡수 하지만 물과 나머지 대부분의 영양소들은 뿌리를 통해 흡수한다. 토양의 건강상태는 식물체 뿌리 생장과 기능, 즉 물과 영양소 흡수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건강한 토양이 건강한 농산물을 만드는 것은 누구나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사실이다. 건강한 토양은 몇 가지 기준으로 확인할 수 있다. 첫째, 토양물리성이 좋아야 한다. 즉 토양 구조가 단단하게 다져지지 않고 식물이 충분히 뿌리를 뻗을 수 있는 부드럽고 미세한 공간을 가지고 있어 물과 산소, 영양분을 잘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토양화학성이 좋아야 한다. 여러 가지 영양소들이 골고루 흡수될 수 있는 조건이 되어야 하고 영양소들이 지나치게 부족하거나 과잉되지 않아야 한다. 셋째, 토양생물성이 좋아야 한다. 다양한 미생물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미생물의 먹이가 되는 유기물이 풍부해야 한다. 이 세 가지 조건들은 서로 관련되어 있어 어느 한 조건이 나빠지면 나머지 두 조건들도 영향을 받게 된다.

이 가운데서 토양이 영양실조가 되거나 비만이 되는 경우는 일차적으로 토양화학성의 문제이다. 필요 이상으로 투입된 화학비료는 소비되지 않고 토양에 남게 되고 그것이 누적되면 영양소 과잉으로 인해 양분균형이 깨어지고 염류장애 즉, 토양비만의 문제가 발생한다. 자연상태에서는 비가 오면 씻겨 나갈 수 있지만 시설재배에서는 그것이 어렵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2000년부터 20년간 경남지역 시설재배지 양분관리실태 조사결과를 보면 20년 전보다 치환성 칼슘은 2.0배, 칼륨은 1.3배나 많은 량이 축적되어 있다. 칼슘, 칼리, 인산, 마그네슘이 적정량을 초과한 농가비율이 80%가 넘었다. 많은 양의 화학비료 투입이 많은 소득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용 증가와 생산량 감소로 이어지는 토양 비만의 역설이 우리에게 다이어트를 요구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의 필요성을 알고 있지만 누구나 다이어트에 성공하지는 못한다. 잘못된 식습관이 오랜 기간 누적되어 비만에 이른 것처럼 다이어트를 통해 제자리로 돌아오는데도 그만큼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농업, 지속가능한 토양으로의 담대한 전환을 위한 다이어트를 지금 시작해야 하는 이유이다.



경상남도농업기술원 환경농업연구과
농업환경담당 농학박사 안동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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