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주 (마산지역문화연구소장)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는 담정(藫庭)김려(1766~1821)가 1801년 천주교도 박해로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진동면 앞바다 진동만(옛 진해현 우해)에 유배와서 저술한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이다. 김려는 2년 6개월 동안 기이한 물고기, 갑각류, 패류 등 72종을 형태와 습성을 기록하고 이용법, 어획법, 유통과정 등을 세밀히 조사·관찰해 1803년에 어보를 완성했다.
한국 최초 어보는 정약용의 형 정약전이 유배지 흑산도에서 1814년에 저술한 ‘자산어보’로 알려졌으나 사실상 우해이어보가 11년이나 앞선 기록이다. 우해이어보나 자산어보는 유배 생활 중에 듣거나 관찰한 내용을 정리한 실학사상의 결과물로서 수산연구에 중요한 자료집이다. 하지만 자산어보는 일찌감치 중·고교 교과서에도 실렸고, 2019년에는 이준익 감독이 영화로 만들어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에 비하면 우해이어보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글의 말미에 어촌 생활상을 표현한 시(詩)가 우산잡곡(牛山雜曲)이란 이름으로 39수가 실려 있어 자료적 가치가 높다. 그는 유배 중에도 탁월한 시적 감수성으로 어촌풍경, 어로현장, 어민생활 등을 잘 묘사하여 시를 지었다.
마산문화원의 활동에 화답하듯 창원시에서는 지난해부터 ‘우해이어보 그림책’ 발간, ‘우해음식 특화거리’ 조성, ‘우해이어보와 와각탕 축제’ 등을 했다. 그 외 마산박물관과 창원문화재단의 ‘우해이어보 기획전’, 마산대학의 ‘우해이어보 레시피’ 개발, MBC경남의 ‘우해이어보 기획보도’ 등으로 지금은 시민들의 관심이 늘어난 상태이다.
이제는 우해이어보를 활용한 문화콘텐츠를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할 때이다. 전국 최초의 어보 탄생지에 걸맞게 어패류 전시 박물관을 겸한 ‘우해이어보 기념관’을 세웠으면 한다. 많은 사람들이 기념관을 둘러보고 우해 물고기 체험을 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상상만 해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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