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 곡물가격 폭등으로 식량불안이 심각하여 사회적 혼란이 야기되고 있지만 우리의 주식으로 이용하는 쌀은 안정적 생산·공급으로 국내 곡물시장의 안정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쌀, 즉 밥이 우리의 주식으로 이용된 시기는 통일신라시대부터로 알려져 있다.
우리에게 밥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의미 이상으로 공동체의 근간이었다. 가족을 식구(食口)라고 하는데 이는 밥을 같이 먹는 관계를 위미하고, 이사나 혼사에서도 쌀로 떡을 준비하여 고마움으로 표시 할 만큼 우리 민족에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한반도에 전파된 벼는 지역별로 재배농가에 의해 선발된 재래종이 다양하게 존재했고, 1906년에서야 일본에서 품종을 도입해 선발육종이 이뤄졌는데 ‘다마금’, ‘은방주’ 등이 보급됐다. 이러한 품종은 재래종에 비해 쓰러짐에 강하고 수량성이 우수하여 점진적으로 재배면적이 확대되어 1930년대에는 약 80%를 차지했다고 한다. 현재도 사용하는 인공교잡 육종법은 1930년대에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해 자포니카 품종인 풍옥, 팔굉 등을 육성 보급했다. 이때 주요 육종방향은 수량성이 높고, 쓰러짐 및 도열병에 강한 신품종 개발이었다.
1980년대에는 신품종의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약배양의 도입과 온실을 이용한 동계재배로 세대촉진 등이 실용화되면서 품종개발 기간이 단축됐고, ‘화성벼’를 시작으로 ‘화진벼’, ‘화영벼’ 등이 개발됐다. 현재에도 약배양 육종법은 많은 육종기관에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쌀 품질의 고급화는 물론이고 생육기간의 단축, 기능성 쌀, 가공용 품종, 병해충 저항성 강화 등으로 육종 방향도 다변화됐다.
이처럼 시대적 요구에 맞게 다양한 방향으로 벼 신품종 개발에 매진한 결과 위기 때 마다 안정적인 쌀 생산·공급이 가능했다. 앞으로도 우리의 식량안보와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한 지속적인 벼 품종 육성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성덕경 경남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농업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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