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 식량은 가장 무서운 무기가 될 것이다
[농업이야기] 식량은 가장 무서운 무기가 될 것이다
  • 경남일보
  • 승인 2022.07.2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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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식당에 가면 물가 상승에 따른 음식 값이 대부분 올라 있다. 이는 기후변화, 코로나19, 전쟁 등이 불러온 전 세계 식량위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으로 식량위기를 키웠는데, 곡물 수급이 불안해지자 주요 곡물 생산·수출국들이 빗장을 걸어 잠갔다. 밀 생산량 세계 3위인 인도가 지난 5월 식량안보를 이유로 자국의 밀 수출을 금지했다. 지난 3~4월 인도에 전례 없는 폭염이 닥쳐 밀 생산에 타격을 입은 데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인해 밀 공급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어 자국의 식량 확보부터 우선 챙기기로 한 것이다. 이는 다시 곡물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식량위기를 확산시키고 있다. 한국은 쌀을 제외한 곡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글로벌 곡물 공급망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이전부터 불안했다. 기후변화로 미국 등 주요 곡물 생산·수출국의 작황 부진이 심했다. 미·중 무역 갈등과 코로나19 대유행은 공급 상황을 악화시켰다. 2020년 하반기부터 밀과 옥수수, 콩 등 국제 곡물 가격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식량위기를 전 세계로 확산시킨 방아쇠가 됐다.

전쟁 이후 곡물 가격은 얼마나 뛰었을까.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된 밀의 선물가격(올 6월 14일 기준)은 t당 387.36달러다. 1년 전에 비해 56.4% 상승했다. 같은 기준 옥수수는 15.7%, 콩(대두)은 15.9% 각각 상승했다. 여기에 세계 제2의 밀 생산국인 인도도 자국 사정을 이유로 밀 수출을 금지했다.

전쟁은 장기화 조짐이다. 러시아는 침공 직후 우크라이나의 흑해 항구를 봉쇄하고 농업 시설을 파괴했으며, 농지를 빼앗고 이미 수확한 곡물을 훔치는 등 최대 식량 수출국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를 국제시장에서 단절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보리스 존슨 당시 영국 총리는 “푸틴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식량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당장 전쟁이 중단되더라도 원상복구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전망이다. 일각에선 우크라이나의 식량 생산지와 수출이 타격을 입으면서 세계 식량위기가 향후 2년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국은 국내 곡물 전체 수요량의 대부분을 수입한다. 연간 수입량(2020년 기준)은 1717만t으로, 세계 7번째 곡물 수입국이다. 곡물자급률은 쌀을 포함하면 20.2%, 쌀을 제외하면 3.2%에 불과하다. 쌀을 제외한 전체 97%가량을 수입하는 셈이다. 곡물별 자급률은 밀 0.5%, 옥수수 0.7%, 콩 7.5% 등이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매년 국가별 식량안보 수준을 비교 평가해 발표하는 세계식량안보지수(GFSI)를 보면, 한국(2021년 기준)은 113개국 중 32위, OECD 38개 국가 중 28위로 최하위권이다.

자급률을 높이려면 그에 맞는 농경지와 인력 등 인프라가 따라줘야 하는데 우리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지금의 우리 식량자급률이 그렇다. 고품질 품종 육성, 생산면적 확대, 소비 증대를 통한 안정적 소득 확보, 정책을 통한 우리 식량 보호 등 식량 독립을 위한 자급률 향상까지는 극복해야 할 수많은 난관들이 있다. 최근 경남도농업기술원에서는 경남도에 적합한 벼 품종을 육성했다. 마늘·양파 후작에 적합한 ‘조원’ 이라는 품종을 밥맛이 우수하고 쓰러짐에도 강한 ‘아람’이라는 품종을 만들었고, 두 품종 모두 많은 농업인에게 선택 받아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선사하는 그런 품종이 되기를 희망하며 미흡하지만 식량 자급률 향상에 힘을 보태어 본다.



하두수 경남도농업기술원 지원기획과
미디어홍보담당(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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