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경남지사와 대통령병
[경일포럼]경남지사와 대통령병
  • 경남일보
  • 승인 2022.07.3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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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호(경상국립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이웅호(경상국립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며칠 전 친구와 차담(茶啖)을 나누면서 “경남도지사는 왜 하나같이 대통령병에서 헤어나지 못할까”라며 우려 섞인 대화를 나눴다. 수년 전 경남 출신으로 경남과기대 총장을 지내다 중앙의 고위직으로 진출한 분이 경북이 고향인 필자와 대화에서 “서울에선 경북을 경상도, 경남을 경하도라 한다”라고 하였다. 이에 필자는 “경남은 문민정부 이후 6명의 대통령 중 절반인 3명이나 배출한 지역으로 경하도라 할 수 있나요”라고 말한 것으로 기억된다.

1995년 지방자치단체가 시행된 이후 민선 도지사 5명 모두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그러나 한 명도 대통령이 된 사람은 없었다. 경남으로서는 불행한 일이다. 대권 도전을 위하여 대부분 지사직을 중도에 사퇴하여 대행 체제가 됨에 경남 도정에 행·재정적 공백이 생기게 되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에게 남게 된다.

경남지사 출신들은 왜 대선에 목을 매는 것일까. 한 둘이면 우연이라 하겠지만 다섯 명 모두가 목을 매는 것은 우연을 넘어 필연으로 그 연유를 찾아봄 직하다. 첫째, 지리적 특성으로 인접 지역과의 확장성에서 찾을 수 있다. 경남은 동쪽으로는 부산·울산과 북쪽으로는 대구·경북과 서쪽으로는 전라남·북도와 접해 있다. 6개 광역자치단체에 둘러싸여 있어 표로 결집할 수 있는 필요조건이 갖춰져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고질병인 지역감정을 어느 정도 감싸 안을 수 있게 영호남을 아우를 수 있다는 장점이다. 둘째, ‘경하도(?)’라는 인식 극복을 위하여 ‘개천에서 용 나듯’ 자기 노력과 개발을 통한 신분 상승이다. 다른 지역 도지사들은 지역 밀착형 관료 출신이 대부분이지만, 경남은 중앙 정계를 넘나드는 정치인 출신이 많다는 점이다.

대통령병에 걸린 도지사들의 면면을 보면, 민선 1기로서 3 연임에 성공한 김혁규 지사는 제17대 대선 출마 선언을 했으나 당적을 여야로 옮기는 과정에서 본인의 이미지 실추만 시키고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했다. 제18대 대선에 도전한 김태호 지사는 중도 하차 후 제21대 대선에서 국민의힘 예비경선에 참여했으나 탈락했다. 남해의 시골 마을 이장에서 군수를 거쳐 경남 도지사와 행정자치부 장관 그리고 국회의원 자리에까지 오른 입지적인 인물인 김두관 의원도 대통령에 대한 의욕은 만만치 않다. 18대 대선에서 민주당 경선에 출마하려고 지사직을 던짐에 본인의 정치적 자해행위는 물론 도민에 대한 배신행위를 저질렀다. 20대 대선에서도 민주당 예비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거침없는 입담으로 호불호가 명확한 홍준표 시장도 대통령에 대한 집착은 남 못지않다. 경남 지사직을 수행할 때 진주의료원 폐쇄, 노조와 사투 등 강골 보수 이미지를 발휘했다. 그도 대통령병에서 벗어나지 못해 도지사직을 내려놓고 제19대에 이어 20대 대선에 뛰어들었으나 실패의 쓴맛을 봤다. 드루킹 사건에 연루된 김경수 지사는 공식적으로 본인이 대선 도전 의사를 밝힌 적이 없지만, 형 집행이 없었다면 민주당 대선 후보 1순위라는 것은 정치권은 물론 세인들도 인식하고 있다.

취임을 한 달을 갓 넘기고 있는 박완수 경남지사는 지금까지의 경남지사와는 차원이 다른 세계에서 지내 온 인물이다. 박 지사는 국회의원에 이어 미래통합당 사무총장까지 거치면서 중앙 정치 무대에서 뼈가 굵었지만, 민선 창원시장을 3번이나 역임하는 등 지역 정치인으로서 이미지가 강한 인물이다.

이제 경남도지사는 대통령병에서 벗어나야 한다. 온 힘을 오직 경남 도정만을 위하여 쏟아부어야 한다. 박완수 지사에게는 푸닥거리해서라도 대통령 병에 걸려 중도에 사퇴하는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담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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