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아프가니스탄의 ‘콩 박사’ 권순영 대표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아프가니스탄의 ‘콩 박사’ 권순영 대표
  • 경남일보
  • 승인 2022.08.02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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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약칭하여 아프가니스탄이라고 부르는 나라는 다민족국가이다 보니 그들이 쓰는 언어에 따라 국명이 복잡하기도 하고 달라지기도 한다. 아프가니스탄은 북쪽으로는 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 북동쪽에는 중국, 동쪽과 남쪽은 파키스탄, 서쪽은 이란과 맞닿아 있다. 역사적으로 중동과 아시아의 여러 지역의 문화가 만나는 곳이었으며, 근세 들어서는 전략적인 위치로 인해 수많은 군사 활동이 이루어진 곳이 되기도 했다. 1747년, 아흐마드 샤 두라니는 두라니 제국을 세웠는데, 이 때가 근대 아프가니스탄의 시발점으로 여겨진다. 19세기 말, 영국령 인도 제국과 러시아 제국이 대립 갈등하는 가운데 아프가니스탄은 두 제국의 완충국으로 전락했다. 제3차 앵글로-아프간 전쟁 이후 1919년 8월 19일에 이 나라는 대영제국에게서 독립을 쟁취했다. 자히르 샤의 40년 통치 동안 아프가니스탄은 평화를 유지했다.

1970년대 말부터 아프가니스탄은 내전 상태에 빠진 상황이었으며, 1979년에 소비에트 연방의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2001년 미국 주도로 탈레반을 축출한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외국의 점령을 겪게 되었다. 아프가니스탄은 후발 개발도상국의 하나로, 농업과 목축업의 의존도가 높다. 현재 해외 원조로 재건되고 있으나 심각한 내부 분쟁을 겪고 있다. 최근에는 1000억 달러 규모의 전국적인 재건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2021년 미군 철수 직후 이어진 탈레반의 공격으로 2021년 8월 15일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공화국 정부가 탈레반에 항복하고 대통령 등이 외국으로 도주함에 따라, 아프가니스탄의 대부분은 탈레반에게 권력이 넘어가게 되었다.

이렇듯 환란과 고난이 끊이지 않는 이 척박한 땅에서 고통에 시달리는 아프가니스탄 인들의 굶주림과 교육 문제를 개선해보고자 일선 현장에서 헌신하고 있는 한국 출신의 사회개혁운동가가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본부를 둔 NGO인 Nutrition and Education International(NEI:영양과 교육인터내셔널)이라는 단체의 권순영(미국 이름 Steve Kwon) 대표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현지에서 ‘콩 박사’로 불린다. 권대표는 1972년 고려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UC 데이비스를 거쳐 1982년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식품생화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6년부터 세계적 식품제조회사인 네슬레에 연구과학자로 입사해 13개의 치료용 영양식품과 유기농 식자재 분야 국제 특허를 취득해내기도 했다. 2003년 권 박사는 아프가니스탄 발크 대학(Balkh University) 의과대학에 출강요청을 받게 되었다. 방문기간 중에 식량난에 허덕이는 아프가니스탄의 실상을 접하고 돌아와 조기퇴직을 결단하고 아프가니스탄의 단백질 결핍을 종식시키기 위해 자비를 들여 NEI를 설립했다.

NEI의 미션은 후발국들 내에 콩 종자 개발에서 콩의 재배, 콩의 가공처리 및 콩 거래시장의 개발에 이르는 콩의 자급 지속가능 가치 사슬(self-sustainable soy value chain)을 확립함으로써 영양실조에 대한 실질적 해결책을 제공하는 데 두고 있다. 그리고 NEI의 비전은 특별히 여성과 어린이들이 영양 결핍에 허덕이는 국가들에서의 단백질 결핍으로 인한 영양실조를 근절시키는 데 두고 있다. 그는 미국과 아프가니스탄을 오가며 콩 재배와 교육, 가공 공장 설립 등의 사업에 전력을 다했다.

권 박사가 이 나라에 들어가 콩을 알린 이래, 현재 콩을 재배하는 농부는 34개 주 가운데 탈레반 강세지역인 3개 주를 제외한 31개 주 166현, 2만 5000개 마을에서 8만 700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콩 가공공장도 볶은 콩과 콩가루, 최초의 멸균 두유 공장, 콩기름과 콩고기 공장 등 7개나 된다. 하지만 그는 아프간에서 콩 재배 농가가 계속 늘고 있는데 반해 관련 농기계는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한국에서 생산한 최첨단 농기계를 이 나라에 수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배려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한국 정부는 권 박사의 이러한 공로를 기려 2013년 국민훈장 석류장을 수여했다.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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