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우리 땅에서 우주 길 열다
[경일칼럼]우리 땅에서 우주 길 열다
  • 경남일보
  • 승인 2022.08.03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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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영(수필가·전 명신고 교장)
안명영

우리 기술로 개발한 발사체로 우리 땅에서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날은 언제쯤일까!

물체를 멀리 보내고자 하는 인간의 꿈은 단계를 거쳐 실현되고 있다. 던지고 날리며 발사라 할 것이다. 던지는 동력은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라 이동거리가 짧고 조준이 어렵다. 탄성력을 이용한 활은 사냥 또는 무기로 사용되어 ‘더 멀리 더 정확하게’를 목표로 꾸준히 개발되어 왔다. 무엇 보다 흔들림 없이 시위를 놓는 동작이 정확도에 중요한 요인이라 시위를 당겨 걸림쇠에 걸어 한손으로 받치고 다른 손으로 방아쇠를 당기는 쇠뇌가 되었다. 화살에 화약을 내장한 약통을 부착하고 점화로 발생하는 가스의 작용과 반작용 원리로 발사되는 단발 또는 연발식의 신기전이 개발되었다.

누리호가 2022년 6월 21일 16시 발사에 성공하여 세계 7번째 우주 발사체 보유국이 되었다. 발사체는 3단으로 구성되고 단계마다 용도와 성능이 다르다. 우주 기술은 공개 되지 않아 설계에서 부품 하나하나 자체 제작해야 한다. 대학생들이 제작한 4기의 큐브 위성이 탑재됐다.

우리는 뛰어난 과학적 유전자를 지니고 이 땅에 태어났다.

넓고 넓은 바다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제대로 방향을 잡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이때 요긴하게 사용되는 것이 나침반이다. 삼국사기 신라본기 문무왕 9년(669년) 정월, 당나라 승려 법안이 신라에서 자석을 얻어간 사실이 쓰여 있고 5월에는 급찬 지진산 등을 통해 자석 두 상자를 당에 보냈다는 기록이 있다.

중국이 자랑하는 3대 발명품 중에 하나가 나침반이다. 중국의 나침반은 송나라 때 발명한 것으로 되었으므로 이런 자료를 보더라도 세계 최초로 나침반을 발명한 나라는 신라로 볼 수 있다. 이름마저 신라침반(新羅針盤)이다. 침반은 바늘을 올려놓는 쟁반을 뜻하며 新자가 빠진 나침반으로 읽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중국에서 건너온 것이라면 지남침이라고 불러야 했을 것이다. 다툼이 없도록 심층 연구가 필요하지만 상당히 근거 있는 사실이다.

신라 시대 사거리를 1000보라는 쇠뇌가 있었다. 구진천은 활을 만드는 명공으로 그가 손을 댄 활에 살을 메기면 비록 촌부가 쏘더라도 족히 천보는 가볍게 날아가며 만일 명궁이 시위를 당기면 강과 성을 사이에 두고도 성루에 앉은 적장 머리를 정확히 관통시킬 만큼 성능이 탁월했다. 소정방은 구진천의 쇠뇌를 얻자 천하의 신물을 얻었다며 죽을 때까지 애지중지한다.

문무왕 9년(669년) 겨울. 당나라 사신이 조서를 전하고 노사 구진천을 데리고 가서 당고종(이치)의 명으로 쇠뇌를 만들게 했다. 쏘아보니 살은 30보에 미치지 못했다. 이치가 “그대 나라에서 쇠뇌는 1000보를 나간다 했는데 30보 밖에 나가지 못함은 어찌된 일인가?” 하자 구진천은 “재목이 불량한 까닭입니다. 본국에서 자재를 가져 오면 능히 만들 수 있을 겁니다”라 했다.

이번에는 60보밖에 나가지 않는다. 당고종은 일부러 만들지 않는다고 의심하여 무거운 벌로 위협했지만, 끝내 그 재능을 다 바치지 않았다. 구진천은 자신의 기술로 만들어진 쇠뇌가 당나라 병사들의 손에 쥐어 진다면 조국의 병사들을 죽이게 될 것이라 자기 몸을 바쳐 기술을 감추었을 것이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는 총중량 200t, 탑재중량 1500kg, 총길이 47.2m, 최대직경 3.5m, 75t급 액체엔진 4기, 위성 투입 고도 600~800㎞이다. 트럭에 실려 시속 1.8㎞ 아기 걸음으로 발사대로 이동하였다. 발사각이 조금만 벗어나거나 단계별 추진력이 알맞지 않으면 영원히 우주의 미아가 되는 것이다. 200t의 우주 발사체를 우리 땅에서 우리의 기술로 우주로 보낸 쾌거는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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