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하는 토박이말 나들이[80]
이창수와 함께하는 토박이말 나들이[80]
  • 경남일보
  • 승인 2022.08.1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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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더위이김, 가온더위이김, 끝더위이김

여러 해째 이곳에서 여러 가지 토박이말을 알려드리고 있는데 보시는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나름대로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을 알려드릴 수 있어서 좋은데 토박이말이 낯선 분들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이 꼭지에서 새로 알게 되신 토박이말을 자꾸 떠올려 입에 올리시기도 하시고 글에도 쓰시다 보면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 주게 되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열닷새(15일)은 나라찾은날(광복절)이기도 했고 ‘말복’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날을 앞뒤로 닭이나 오리를 드신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지난달 열엿새(7월 16)이 ‘초복’이었고, 스무엿새(26일)이 ‘중복’이었습니다. 초복, 중복, 말복은 한자말인데 한자를 가지고 풀이를 하면 ‘초복’은 ‘처음 초(初)’에 ‘엎드릴 복(伏)’으로 ‘처음 엎드림’이고 ‘중복’은 ‘가운데 중(中)’에 ‘엎드릴 복(伏)’으로 ‘가운데 엎드림’, ‘말복’은 ‘끝 말(末)’에 ‘엎드릴 복(伏)’으로 ‘끝 엎드림’이 되어 그 뜻을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초복, 중복, 말복을 좀 쉬운 말로 풀어 쓰자는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복(伏)’의 말밑(어원)을 두고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오행설(五行說)에 따르면 봄은 ‘나무(木)’의 기운이 아주 센 철이고, 여름은 ‘불(火)’의 기운이 가장 세며, 가을은 ‘쇠(金)’의 기운이, 겨울은 ‘물(水)’의 기운이 센데 이 복(伏)은 오행설에서 ‘가을의 서늘한 쇠(金)의 기운이 여름의 뜨거운 불(火)의 기운을 무서워하여 엎드려 숨어있다’는 뜻에서 온 것이라고 풀이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다음과 같은 풀이가 더 마음에 듭니다. ‘복(伏)’자에는 ‘꺾는다’는 뜻도 있어서 ‘더위를 피하거나 무서워서 엎드려 숨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위를 꺾어 넘기고 이기겠다’는 뜻으로 풀이하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더위이김’이 됩니다. ‘복날’을 ‘더위이기는 날’이라고 하면 어린 아이들도 그 뜻을 바로 알 수 있어 좋습니다.

초복, 중복, 말복은 어떻게 쉽게 풀이할 수 있을까요? 한자 뜻을 바탕으로 초복은 ‘더위이김’, 중복은 ‘가온더위이김’, 말복은 ‘끝더위이김’이라고 하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초복은 좀 더 다르게 풀이할 수 있습니다. 제가 앞서 알려드린 토박이말 가운데 ‘맨 처음’을 뜻하는 토박이말을 알려드렸는데 생각이 나실지 모르겠습니다. ‘맨 처음’ ‘최초’를 뜻하는 토박이말은 ‘꽃등’입니다. ‘꽃’이 들어가 ‘처음’이라는 뜻을 가진 말도 함께 알려 드렸습니다. 제가 이처럼 ‘꽃-’이 들어간 말 가운데 처음을 뜻하는 말을 다시 말씀 드리는 까닭은 바로 초복을 ‘꽃더위이김’으로 풀이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첫더위이김’라고 해도 좋지만 ‘처음’을 뜻하는 이런 짜임을 가진 말을 써서 다른 느낌을 주는 새로운 말을 만들어 보는 것도 우리말을 넉넉하게 하는 좋은 수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짜임을 가진 말을 잘 알고 쓴다면 ‘초’가 들어있는 다른 말도 새로 쉽게 풀이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초등학교의 ‘초’도 ‘처음 초’가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초등’은 ‘꽃’으로 하고 학교를 옛날에 ‘배우는 곳’이기 때문에 ‘배곳’이라 했기에 ‘꽃배곳’이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새로운 말을 만드는 것을 두고 잘 쓰고 있는 말과 헷갈리게 해서 좋지 않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이렇게 말을 만드는 것을 재미있는 놀이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좀 더 나아가 아이들에게 새롭고 남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쪽에서 보면 훌륭한 ‘창의성 교육 활동’으로 볼 수가 있기 때문에 더욱 자주 많이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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