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위기의 시대, 애덤 스미스를 생각한다
[경일시론]위기의 시대, 애덤 스미스를 생각한다
  • 경남일보
  • 승인 2022.08.29 16: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진석(객원논설위원·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김진석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의 충격과 미래 변화를 예측하는 시나리오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야말로 위기의 시대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이후의 국제사회가 고립주의로 가고 세계화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위기가 오면 보이지 않던 게 보인다. 코로나19 앞에서 드러난 각국의 민낯이 그렇다. 누가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 자국 중심의 평가가 난무하고 있다. 18세기에 애덤 스미스는 ‘도덕감정론’에서 질서와 번영의 출발점으로 ‘공감(sympathy)’을 강조했다. 그가 말했던 ‘공평한 관찰자(impartial spectator)’로 돌아가면 칭찬받아야 할 것과 비난받아야 할 것을 분간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자연스러운 수준을 넘어선 애국심도 마찬가지다. 자국은 우월하고 상대국은 열등하다는 국민적 편견, 상대국을 끌어내려야 자국이 잘된다는 감정은 꼭 위기 상황에서 고개를 치켜든다. 이런 편견과 감정은 국가 간 갈등과 전쟁의 불씨가 될 뿐이다.

국가들이 경쟁함으로써 세계에 유익한 것은 경제, 학문, 예술, 과학 등이라는 애덤 스미스의 주장은 지금도 와닿는다. 이를 위해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되돌아보게 한다. 공평한 관찰자로서의 공감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스미스의 ‘도덕 감정론’은 부(富)의 정의와 원천을 다룬 ‘국부론’으로 이어졌다. 스미스는 인간의 ‘늘 교환하고 싶어 하는 마음’에 주목했다. 코로나19로 각국이 빗장을 걸어 잠근 상황에서도 의료장비 교역이 일어나고 기업인과 과학자가 오고 간다. 시장이 나타나 교환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교환이 시장을 창출한다. 분업이 교환을 낳는 것이 아니라 교환이 분업을 낳는다. 무역과 세계화, 부의 창출은 인간의 교환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결과물이지 누가 사전에 설계한 작품이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자급자족의 도래니, 성곽 시대의 복귀니, 세계화의 종말이니 하는 전망을 이해할 수 없다. 문명이 진화해온 자생적 힘을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전망은 실현 가능한 것도 아니고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도 아니다.

스미스는 영국과 식민지 미국이 충돌할 때 미국의 독립을 지지했다. 그는 중상주의 시스템의 모순을 간파했다. 기득권 보호와 규제, 전쟁과 빚으로 왜곡된 경제 현실을 직시했다. 자연스러운 경제와 자유무역은 하늘에서 그냥 떨어진 것이 아니다.

각국이 코로나19와 전쟁을 벌이면서 경제가 큰 타격을 입고 있지만 백신이든 치료제든 돌파구를 빨리 찾기 위해서라도 경제복원의 길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 지금의 과제다. 스미스는 영국에서 새로운 지식과 기술 진보로 산업혁명이 꿈틀대던 시대를 살았다. 지금의 세계는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고 있다. 인류는 이번에도 새로운 지식과 기술 진보로 보다 안전한 사회, 보다 건강한 세계화와 함께 경제를 살릴 해법을 찾아낼 것이다.

스미스가 새로운 경제를 말하던 당시 영국은 절대왕정의 유럽 대륙과 다르게 정치 민주화로 나아가고 있었다. 새로운 경제는 새로운 정치를 요구한다. 4차 산업혁명을 꽃피우기 위한 규제 개혁과 법률제도 정비는 정치혁명 없이는 불가능하다.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더 큰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삼아 관성과 통념을 뛰어넘어 새로운 사고와 담대한 의지로 변화를 주도해 나아가야 한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은 멀리 있지 않다. 정부는 그동안 이념과 진영, 지역과 세대로 분열되어 일그러질대로 일그러진 이 나라를 이제는 분열을 넘어 통합으로, 새로운 발상과 시스템의 전환을 통해 당장의 위기 대응은 물론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하는 국가전략을 짜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