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정신 가득한 ‘형평운동’ 마당극으로 재창조”
“진주 정신 가득한 ‘형평운동’ 마당극으로 재창조”
  • 백지영
  • 승인 2022.09.0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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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현장 마당극 ‘수무바다 흰고무래’ 막바지 연습
3·4일 진주박물관 앞 야외무대서 공연
 
지난달 31일 오후 진주시 동성동 현장 아지트에서 마당극 ‘수무바다 흰고무래’ 연습에 나선 흰고무래 역 김영균 배우(맨 앞)가 열연을 펼치고 있다. 박재건 인턴기자


“배우들끼리 신나는 놀이를 하는 열정적인 장면일수록, 산만하고 시끄럽게 들리지 않도록 신경 써 봅시다. 보완할 부분이 몇 개 보이는데…(중략)”

지난달 31일 오후 3시께 진주시 동성동 ‘예술중심 현장’ 건물 지하 1층에 자리한 ‘현장 아지트’는 공연을 며칠 앞둔 마당극 ‘수무바다 흰고무래’ 완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열기로 뜨거웠다.

1923년 형평운동을 주제로 한 마당극으로, 지난해 10월 경남문화예술회관 초연에 이어 오는 3·4일 진주성 내 국립진주박물관 앞 야외 공연장에서 다시 무대에 오른다.

극 제목 중 ‘수무바다’는 바다처럼 넓지만 물이 없는 남강변 백사장을 일컫는 말이다. ‘흰고무래’는 주인공의 이름으로 백정의 한자 표기인 흰 백(白)과 고무래 정(丁)에서 따왔다. 가상의 백정 흰고무래가 실존 형평운동가 백촌 강상호를 만나면서 모든 사람이 차별받지 않는 공평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나아가는 이야기다.

연극 ‘염쟁이 유씨’ 등을 집필한 김인경 극본가는 “세상이 크게 변화할 때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무엇이 세상에 준비돼 있어야 하는지 보여 주고 싶었다”고 극작 배경을 설명했다.

주인공 흰고무래가 국채보상운동 중 봉변에 처한 백촌을 구하는 연습 장면에서 배우들의 흡입력 있는 연기와 동작은 실제 공연장의 분위기를 연상케 했다.

“고맙소. 이 은혜를 우째 갚아야 하겄노?”(백촌)

“아입니더. 지가 들어보니 나랏빚을 갚는다고 하던데 지도 내도 되겄습니까?”(흰고무래)

“안 된다. 니가 와 돈을 내노? 니는 아무 나라 백성도 아니다. 사람이 아니라꼬!”(주변인)

배우들의 열연이 이어지자 고능석 연출은 “좋습니다. 그대로 가주세요”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시장의 상인으로 분한 배우들이 군무를 선보이는 장면에서는 오세란 안무가가 직접 동작을 맞춰가며 완성도를 꼼꼼히 점검했다.

고 연출은 “진주 정신을 담은 소재를 고민하던 중 지금 시대의 차별과 인권 문제를 들여다보게 하는데 형평운동이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어 작품을 만들게 됐다”며 “이번 공연은 야외에서 진행하는 만큼 안무 등을 더 역동적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은 평등한 세상을 꿈꾼 흰고무래가 잇단 좌절을 겪는 장면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백정인데 두루마기를 입었다는 이유로 맞아 죽는 아버지, 학교를 세우는 데 큰 힘을 보탰지만 정작 자녀의 입학은 백정 부모를 뒀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는 상황. 흰고무래가 좌절을 맞닥뜨릴 때마다 백촌이 나타나 희망을 북돋는다.

백정과 어울린다는 이유로 백촌이 사람들에게 돌팔매질 당하자 흰고무래는 모든 것을 포기하려 하지만, 백촌이 자녀의 미래를 위해 나쁜 것을 고쳐보자는 간곡 어린 설득에 다시 힘을 내는 장면도 압권이다.

흰고무래 역 김영균 배우는 “현재도 눈에 안 보이는 차별이 많다”고 운을 띄운 뒤, “사회 변혁에 나선 백정 역할을 맡았는데 너무 과장해 불쌍한 캐릭터로 만들기보다는 당시 경험했을 차별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데 신경 썼다”고 밝혔다.

‘수무바다 흰고무래’는 지난해 진주시가 지역 대표 창작 공연을 만들기 위해 추진한 ‘진주 브랜드 작품’ 공모에 극단 ‘현장’이 응모해 만들어낸 작품이다. 지역에서 실제 있었던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의 공연은 3일과 4일 각 오후 4시 30분에 진행되며, 관람료는 무료다. ㈔극단 현장에 전화(055-746-7411, 7413)로 사전 예약 후 관람할 수 있다. 공연 예정일 날씨 전망이 좋지 않지만 폭우가 쏟아지지 않는 한 공연을 이어갈 방침이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지난달 31일 오후 진주시 동성동 현장 아지트에서 마당극 ‘수무바다 흰고무래’ 연습에 나선 배우들이 열연을 펼치고 있다. 박재건 인턴기자

 
지난달 31일 오후 진주시 동성동 현장 아지트에서 마당극 ‘수무바다 흰고무래’ 연습에 나선 배우들이 열연을 펼치고 있다. 박재건 인턴기자

 
지난달 31일 오후 진주시 동성동 현장 아지트에서 마당극 ‘수무바다 흰고무래’ 연습에 나선 백촌 강상호 역 김헌근 배우가 열연을 펼치고 있다. 박재건 인턴기자

 
지난달 31일 오후 진주시 동성동 현장 아지트에서 마당극 ‘수무바다 흰고무래’ 연습에 나선 배우들이 열연을 펼치고 있다. 박재건 인턴기자

 
지난달 31일 오후 진주시 동성동 현장 아지트에서 마당극 ‘수무바다 흰고무래’ 연습에 나선 배우들이 열연을 펼치고 있다. 박재건 인턴기자





 
지난달 31일 오후 진주시 동성동 현장 아지트에서 극단 현장 단원들이 마당극 ‘수무바다 흰고무래’를 연습하고 있다. 박재건 인턴기자

 
31일 오후 진주 동성동 현장 아지트에서 극단 현장 고능석 연출이 마당극 ‘수무바다 흰고무래’ 연습을 지켜본 뒤 배우들에게 보완할 점을 주문하고 있다. 박재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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