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134]남원 구룡계곡
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134]남원 구룡계곡
  • 경남일보
  • 승인 2022.09.0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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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소리 바람소리 넘어 득음으로 가는 길
 
구룡계곡

 

◇소리의 고장이자 춘향이의 고향, 남원

우리의 소리 중 가장 널리 알려진 판소리는 크게 동편제·서편제·중고제로 나뉘는데 중고제는 충청·경기 지역에 전승된 소리로 일제강점기 이후 전승이 끊겼다고 한다.

동편제는 섬진강 동쪽 지역인 남원·순창·곡성·구례 등지에 전승된 소리로서, 가왕으로 일컬어지는 남원시 운봉읍 출신의 송흥록 선생의 소리 양식을 표준으로 삼는다. 씩씩한 가락인 우조의 표현에 중점을 두고, 감정을 가능한 절제하며 기교를 부리지 않는 게 특징이다. 이에 비해 서편제는 섬진강 서쪽 지역인 광주·나주·담양·화순·보성 등지에 전승된 소리로, 순창 출신이며 보성에서 말년을 보낸 박유전의 소리 양식을 표준으로 삼는다. 슬픈 가락인 계면조의 표현에 중점을 두며, 발성의 기교를 중시해 다양한 기교를 부린다. 소리가 늘어지고 발림(몸동작)이 세련된 것이 특징이다.

동편제의 창시자로서 판소리계에서 최고의 칭호인 가왕으로 불리는 송흥록 명창은 남원시 운봉읍 출신으로 남원 구룡폭포에서 득음했다고 한다. 특히 귀곡성을 얻으려 가랑비가 내리는 음침한 밤마다 아장터(어린아기가 죽으면 묻은 곳)를 찾아 밤새우기를 3년을 한 결과 접신해 귀신의 소리를 잘 낼 수 있었다고 한다. 완주 지역 양반 출신인 권삼득 선생은 판소리를 공부하기 위해 남원 구룡계곡 용소에 와서 소리를 익혔다고 한다. 콩 서 말을 지고 와서 소리를 한바탕하고 난 뒤 콩알 하나를 용소에 던졌으며 콩 서 말이 다 비워질 때까지 소리 공부를 한 끝에 득음했다고 한다. 용소와 구룡폭포가 있는 구룡계곡은 동편제 판소리의 발상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동편제의 발상지와 남원의 상징적 인물인 고대소설 ‘춘향전’의 주인공 춘향이의 묘가 있는 남원 제1 비경인 구룡계곡을 찾아 명품걷기클럽 ‘건강 하나 행복 둘’ 회원들과 함께 힐링 여행을 떠났다.

춘향묘
◇구룡계곡과 춘향묘

진주에서 1시간 30분 걸려 남원의 제1경인 구룡계곡에 도착했다. 육모정-춘향묘-구룡탐방지원센터-유선대-구룡폭포까지 트래킹한 뒤, 수목원인 아담원을 탐방하는 순서로 일정을 잡았다. 주차장에서 100m 정도 올라가자 육모정이 있었다. 육모정에서 왼쪽 산기슭에 춘향전에 나오는 성춘향의 묘가 있었다. 1962년 지금의 춘향묘 근처에서 ‘성옥녀지묘’라고 새겨진 지석이 발견돼 1995년 남원시에서 이곳에다 가묘인 춘향묘를 조성했다고 한다.

육모정에서 100여 개의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만고열녀성춘향지묘’라고 쓰인 비석과 함께 봉분이 꽤 큰 춘향묘가 있었다. 지난 5월 춘향을 추모하기 위해 행한 춘향제가 올해로 아흔두 번째나 된다고 하니, 남원 사람들의 춘향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얼마나 깊은지를 알 수 있었다. 묘역은 단아하게 잘 꾸며져 있었다.

‘전라도 남원 기생의 딸 성춘향이 광한루에 그네를 타러 나갔다가 사또의 아들 이몽룡을 만나 인연을 맺고 평생을 같이하기로 약속한다. 두 사람이 남모르는 사랑을 계속하던 중 사또가 서울로 자리를 옮기게 되면서 서로 헤어지게 된다. 춘향은 지조를 지키느라 다른 사람을 만나려 하지 않았지만 새로 부임한 사또는 춘향에게 수청을 들라고 강요한다. 춘향은 죽기를 무릅쓰고 신관 사또의 요구를 거절하다가 옥에 갇혀 죽을 위험에 처한다. 이때 암행어사가 되어 나타난 이몽룡이 춘향의 목숨을 구하고 함께 평생을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가 춘향전 줄거리다. 비록 문학 작품 속 등장인물이지만 당대 최고의 열녀인 춘향이를 기리기 위해 춘향묘를 조성하고 춘향제를 92년 동안이나 지냈던 것이다. 예향답게 소리와 인물을 극진히 기리는 모습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춘향묘 앞에 있는 육모정


육모정에서 오른쪽 계곡 방향엔 용소가 있고, 용소 위쪽에 조선 후기판소리 8 명창 중의 한 사람으로 활약한 권삼득 선생의 유적비가 있다. 계곡을 따라 난 길을 300m 정도 올라가 구룡탐방지원센터에서 왼쪽으로 구룡폭포까지 3㎞ 구간이 구룡계곡 둘레길이다. 군데군데 소가 있고, 작은 폭포가 있었다. 수량에 비해 물소리가 깊고 힘이 있었다. 동편제 판소리의 수많은 명창들이 득음한 발상지다운 물소리였다. 계곡을 따라 둘레길을 조성하다 보니 다리를 꽤 많이 설치해 놓았다. 구룡교, 영폭교, 사랑의 다리, 비폭교 등 다리의 모양에도 예술미가 깃들어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숲과 그늘로 이루어져 있어 여름철 걷기 코스에 최적화된 둘레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계곡이 들려주는 동편제 소리를 감상하며 걷는 것도 별미 중의 별미다. 구룡계곡이 끝날 무렵에 마침내 구룡폭포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홉 마리 용이 살다가 승천했다는 전설을 지닌 구룡폭포는 비스듬히 누운 와폭(臥瀑)이었다. 물줄기에 비해 소리가 웅장했다. 동편제의 비조인 송흥록 선생을 비롯해 송만갑·박초월 등 수많은 명창이 이곳에서 득음했다고 하니 구룡폭포야말로 소리의 스승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구룡폭포 옆 소나무 숲속의 곤달비 농장
◇눈 호강을 선사한 아담원

구룡폭포에서 가파른 나무 데크 길을 다시 내려가서 구룡정사 방향으로 치올라 가서 임도를 따라 걸어가자 소나무 숲속 곤달비 재배지엔 곰취와 비슷하게 생긴 곤달비가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버스를 타고 아담원으로 향했다. 본래 나무를 키우던 조경농원이었던 아담원은 지난 10여 년간 조경 전문기업인의 노하우를 통해 나무 한 주, 풀 한 포기를 엄선하여 심고 관리해 2018년 8월 아름다운 정원으로 재탄생한 수목원이다.

10개 내외의 아담원 탐방로, 연꽃이 피어나는 죽연지, 카페, 잔디광장, 조각공원, 소나무길과 편백나무길 등 눈 힐링하기에 참 좋은 곳이다. 귀 호강을 한 구룡계곡과 눈 힐링을 한 아담원이 탐방객들에게 품격 높은 하루를 선사해 준 날이었다.



박종현 시인·멀구슬문학회 대표

 
구룡폭포
구룡교
구룡계곡 탐방로 입구
구룡계곡으로 가는 들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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