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칼럼] 디지털 시대 육종에 부는 바람
[농업칼럼] 디지털 시대 육종에 부는 바람
  • 경남일보
  • 승인 2022.09.1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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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기 시대 야생생물의 수렵과 채집으로 생존을 영위하던 인류가 신석기 시대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정착 농경을 시작하게 되었다. 정착지에서 야생종을 재배하는 것을 시작으로 야생 개체 간의 자연교잡이나 변이의 발견을 통해 점차 인간의 목적에 맞게 개량·순화되는 과정을 배우게 되었고, 이것이 육종의 시작이라 할 수 있겠다.

초기의 육종은 단순한 작물개량작업에 불과했지만, 1866년 유전학의 핵심적인 원리를 담은 멘델의 ‘식물 잡종에 대한 실험’이라는 논문발표와 1900년대에 이르러 유전에도 법칙이 있음이 알려지면서 좀 더 체계적인 접근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1905년 베이트슨에 의해 유전학이 새로운 학문으로 인지되면서 과학자를 중심으로 DNA, RNA, 단백질 수준의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다. 1990년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시작되고 2000년 초 애기장대를 필두로 많은 식물 유전자지도가 완성되어가면서 수많은 유전정보가 수집되고 있다. 유전체학의 발달은 육종가들이 목표 유전자와 형질을 조합하여 유전자원들의 변이 요인을 확대시켰다.

최근에는 직접 유전자를 맞춤 교정하는 기술이 지속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유전자뿐만 아니라 표현형이나 환경 등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정보들이 쌓이고 전산, 통계적 접근방식이 추가되면서 육종의 새로운 시작을 가늠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식량안보, 종자주권 확보라는 시대상을 반영하면서 종자시장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육종의 패러다임은 복합적이고 다량의 정보를 활용하기 위해 빠르게 디지털 육종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디지털 육종은 핵심집단의 유전체정보, 표현체정보, 대사체정보, 단백체정보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여러 정보를 융합하고 학습시켜 육종 결과를 예측함으로써 고기능성, 내재해성, 가공적성 등 목적에 맞게끔 품종을 개발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오늘날 우리가 매일 먹는 식단은 구내식당에서처럼 전문 영양사가 구성하지 않더라도 1군에서 5군까지 균형 있게 구성되고 있다. 다양한 식재료들은 처음에는 생존의 개념으로 수량이 많아야 하는 양적인 개념이었다. 어느 정도 의식주가 해결되고 나서는 맛의 개념 등 사람들이 가지는 기호성 등이 부가되었고 선택의 폭이 더 넓어지면서 식재료가 가지는 기능성까지 영역이 확장되었다.

아직 일부이긴 하나, 사람들은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의 영위를 위해 자신의 체질에 맞는 식재료와 식단을 찾기 시작했다. 개인별 요구도가 다양해지면서 육종의 목표도 다양해지고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시시각각 변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디지털 육종으로의 전환은 야생종에서 교잡종에 이르는 전체 개체를 대상으로 하고 다양한 유전자형과 표현형 정보에서 교배 시뮬레이션 과정을 거치므로 미래에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의 자원에 보다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러한 변화는 작게는 개인 체질에 맞춘 맞춤형 식재료들이 우리들의 식탁에 자리 잡게 될 것이고, 크게는 기후변화 등 환경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면서 향후 세계인의 식량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선영 경남도농업기술원 원예연구과 원예육종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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