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죽음의 계곡과 연꽃
[경일춘추]죽음의 계곡과 연꽃
  • 경남일보
  • 승인 2022.09.1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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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욱 (경상국립대학교 창업보육센터장)
신용욱 경상국립대 창업보육센터장


부여 궁남지는 백제 무왕 때 만들어진 인공 연못으로 일본의 정원양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2000년 전의 연꽃이라는 별명을 가진 대하연이 유명하다. 1951년 3월 일본 지바현 지질학자인 다이까 박사가 지바시 도쿄대학 운동장 유적지에서 지표조사 중 2000년 전의 지층에서 연꽃 씨앗 3개를 발견했는데 그 중 2개가 싹이 텄고 마침내 1952년 7월 개화에 성공했다. 다이까(大賀)박사의 이름을 따서 대하연(大賀蓮)으로 이름 지은 것이다. 이러한 연꽃이 부여에 오게 된 계기도 흥미롭다. 1973년 백제 와당의 권위자인 이석호 씨가 도쿄대학에 백제 와당을 주제로 특강 다녀오는 길에 강사의 요청과 대학 측의 호의로 연뿌리를 들여와 부소산성 아래의 자택에서 심어 재배해오다가 2008년 5월 부여군에 기증해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오래된 연꽃 씨가 개화한 것으로는 함안의 아라홍련도 유명하다. 2009년 함안 성산산성의 고려시대 지층에서 발굴된 연꽃 씨앗이 이듬해 처음 꽃 피웠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도 이러한 사례가 있는데 2017년 중국 북경 청나라 황실 정원, 여름별장인 원명원(圓明園) 연꽃 씨 11개가 발견 돼 6개가 싹을 틔었고 2019년에 개화한 것이 기사화 된 적이 있다. 이렇듯 수백에서 수 천년 뒤에도 연이 발아할 수 있는 것은 연의 씨앗은 건조에 강한 내성이 있기 때문이다. 씨앗이 성숙할 때 당분의 합성과 단백질의 형성으로 건조에 대한 내성이 생겨 탈수에 적응해 건조 상태에서 오랫동안 버티는 것이다. 이러한 장기 휴면상태는 생장활동이 정지되어 있는 상태이나 외피를 변화시키고 물을 주면 휴면 상태에서 깨어나게 되기 때문에 수 백년 뒤에도 개화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은 연꽃 씨앗의 약재이름에서도 나타난다. 연자육 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다른 말로 석련자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오래 묵어 겉이 돌처럼 단단해진 성질을 반영하는 것이다.

며칠 전 창업 기업의 대표를 만났다. 대표의 성품도 좋고 부단한 노력으로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 했으나 수 년간 변변한 매출이 없어 마음 한편으로 걱정이 되던 대표이다. 최근 유튜브 홍보 영상의 힘으로 매출이 급성장해 신규 직원을 채용하려 한다는 소식을 직접 전해 듣게 되었다. 건조에 대한 내성이 생겨 탈수에도 적응하는 연꽃 씨앗처럼 시련을 굳건히 견디다 기회를 잘 포착하고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여 ‘죽음의 계곡’을 넘어선 대표의 환한 미소와 연꽃이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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