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군중난류
[천왕봉]군중난류
  • 경남일보
  • 승인 2022.11.02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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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기 (논설위원)
참 많은 말을 배우는 세상이다. 군중난류. 이런 말도 배우게 된다. 이태원 참사 상황이 비의도적 물리현상인 ‘군중난류’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군중이 마치 난류처럼 거대한 흐름을 보이는 현상이다. 넓은 데서 좁은 길목으로 몰려드는 병목현상 지점에서 발생하기 쉬운데, 불행히도 이태원 골목길이 군중난류의 최적조건이 되고 말았다.

▶2006년 사우디에서는 성지순례 때마다 종종 일어나는 군중압사를 줄이기 위해 심층 연구를 수행했다. 순례자들이 몰리자 일정하게 이동하던 흐름이 도로의 교통체증처럼 정체되기 시작하더니 군중을 빨아들이는 소용돌이 같은 패턴이 형성되는 것을 발견했다. 서로 벗어나려고 밀고 밀리지만 누구도 벗어나지 못하고 변을 당했던 것이다

▶군중안전 전문가들에 의하면 군중밀도가 제곱미터(㎡)당 4~5명을 초과하면 시야가 급격히 좁혀지면서 시각정보 부족으로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감각을 상실한다. 동시에 극도로 예민해지고 쉽게 흥분하게되면서 군중이 우왕좌왕 하는 위험상황이 빚어진다.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급류에 휩쓸리는 것처럼 연쇄적으로 넘어지거나 쓰러지면서 사고가 발생한다.

▶사우디 정부는 군중난류를 분석한 다음 인파가 몰리는 장소에 통행로를 추가로 설치하고 이동 통제 조치를 취했더니 인명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공공안전을 위해서는 당국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끔찍했던 ‘세월호 사고’를 겪고도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우리의 공공안전 현주소가 안타깝기 그지없다.
 
한중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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