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보통의 용기
[여성칼럼] 보통의 용기
  • 경남일보
  • 승인 2022.11.16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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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정 (진주YWCA 사무총장)
고명정 진주YWCA 사무총장


올해 몫의 달력을 달랑 한 장 남겨둔 이즈음에는 관성적으로 한 해를 돌아본다. 올해도 참 힘이 들었다. 그 이상 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저마다 목소리를 내고 싶을 만큼 치열하게 살아낸 삶의 서사가 지역과 나라와 세계 곳곳에 가득하다. 지난해도, 그 앞선 해도 충분히 어렵고 힘들었는데 해마다 가중되는 느낌은 녹록지 않은 일상을 살아가는 모두의 단면인 것 같다.

영화 ‘보통의 용기’를 보았다.

공효진을 비롯한 세 명의 배우가 ‘플라스틱 제로, 탄소 제로’ 슬로건을 갖고 배낭을 메고 떠난, 에너지자립 섬 죽도에서의 일주일 간 여정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점에 필요한 키워드와 단상을 던져준다.

보통 ‘용기’ 라고 하면 큰 맘 내어서 실천하는 것이라 여길 수 있으나 살아갈수록 일상을 살아내는 그 자체가 아닐까 싶다. 삶의 여러 영역에서 성실한 실천이 쌓이면 크든 작든 자신에 대한 근거 있는 믿음이 쌓이고 그 믿음은 용기가 필요한 순간을 알게 하고 용기 있게 말하고 행동하는 감수성을 가진 몸(나)이 되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영화는 “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으며 인지하든 못하든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지극히 당연한 명제를 확인시켜준다.

사안에 관한 문제의식은 늘 필요하고 그것을 함께하는 동무가 있으면 나의 고민을 넘어 연대하게 되며, 체계를 가진 고민은 또 다른 영역과 세계로 우리를 인도해준다. 그러면서 급기야 제도의 반응을 이끌어내며 선한 세력화를 만들어내는 희망을 보여준다.

영화적인 장치로써가 아니라 세 주인공이 ‘죽도’에 분리됐던 일주일처럼 우리도 편리함을 주는 일상에서 분리되어 살아보기의 실천은 중요하다.

자발적 불편에 대한 시도가 거듭될수록 얻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생활의 편리로 얻게 된 불편한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것은 물론이고 대안을 생각하는 과정에서 몸이 관성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새로운 발상이 떠오르기 쉬운 환경이 된다.

한 해를 보내며 언제가 티핑포인트인지, 영감과 인지의 선물을 기대한다면 신선한 자극 가운데 뇌와 몸이 새롭게 되도록 낯선 곳에 분리돼 보는 것이 좋겠다.

에너지자립 섬 죽도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한 그들에게 많은 대화와 만남과 시도가 있었다. 한 사람에게 책임을 지라는 것이 아닌, 동참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놓고 대화할 수 있다면 누구나 물꼬를 틔울 수 있구나 하며 감탄을 했다.

각자 타고난 기질과 살면서 체득한 강점 따라 진솔한 모습으로 한가지씩 역할을 하다보면 방법이 생기는 것도 경험했다. 단도직입적으로 연락해보자는 공효진의 추진력도 필요하고 타이밍에 맞는 심부름을 잘해준 엄지원 같은 연결자도 필요하다.

“꼭 이 방법이 좋겠어” 대신에 “일단 시도해보자” “아니면 또 할 수 없지 뭐”의 유연함으로 과정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다면 서로 다른 영역과 입장에 대해 설득의 언어와 방법을 충분히 찾아낸 여정이었다.

이태원 희생자에 대한 애도와 참사에 대한 충격이 여전한 가운데 한해의 끝을 맞는다.

반복되는 사회적 참사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묻고 허울뿐인 시스템이 아니라 위기 때 제대로 가동되는 국가시스템과 행정을 촉구한다.

이번 참사로 사람들의 다양한 일상을 존중하는 계기가 되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분들과 힘겹게 살아나온 분들이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기도의 손을 모은다.

더불어 ‘보통의 용기’가 필요했던 수많은 시간을 지나오며 역할과 직무에 따른 ‘입체적인 나’로 사느라 애쓴 우리 모두의 일상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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