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여성가족부 폐지 안된다
[여성칼럼]여성가족부 폐지 안된다
  • 경남일보
  • 승인 2022.11.3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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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옥희 (진주여성회 대표)
전옥희(진주여성회 대표)


여성단체 대표가 되고, 시민단체 연대회의에 자주 참석하게 되는데 늘 여성은 소수이고, 때로는 나 혼자 여성이기도 하다. 잘 모르는 주요한 안건들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자리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잘 전달하기 위해 더 귀를 쫑긋 세우고 대범한 척하며 속으로는 안건을 살피는데 전전긍긍한다. 나의 언행이 여성계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기에 신중하게 발언하려 노력하고, 차별과 불의가 느껴질 때는 민감하게 목소리 높이려 노력한다. 누구보다 분노를 잘 표출하는 나인데, 조금 더 신중을 다하고, 경청과 설득, 대화와 타협을 통해 균형을 잡아가려 애쓴다.

이름이 조금씩 바뀌어 오긴 했지만 커다란 정부 부처 속에서 자리매김하며 버텨온 여성가족부의 모습은 지금 일상을 살아가는 여성의 모습이기도 하다. 공적인 자리에서 수많은 남성 속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고군분투해 온 이 땅의 여성들이 투영되어 있다.

오는 12월 9일이면 국회 정기회가 종료된다. 거대양당은 정책협의체를 구성해 정부조직법 및 관련 법률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 내용에는 여성가족부 폐지가 포함돼 있다. 여성부는 지난 2001년에 출범해 미약하지만 부지런히 자신의 일을 해내고 발전해왔다. 성차별이 일상인 한국에서 정부 부처가 성평등을 위해 제도와 법령을 제안하고 여러 가지 사업을 펼치며 여성의 권익을 높이는데 담담히 그 역할을 이어온 것은 자랑할 만한 일이다. 다른 부처에 비해 예산은 적으나, 다양한 업무의 허브역할을 하고, 청소년과 다문화가족 등 여성영역뿐 아니라 다양한 일을 해 온 여성가족부이다.

여성가족부를 기어코 해체시키겠다는 정부 앞에서 성평등교육현장에서 만나는 중학생들이 떠올랐다. 토끼와 거북이가 평등하게 달리기를 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하는 질문에 “토끼 다리를 잘라요”라고 답하는 중학생들을 꽤 자주 만난다. 그런 발언에 교실의 아이들은 웃지만 나는 속이 상한다. 그런 생각을 하는 중학생과 마찬가지로 많은 이들이 폭력적인 방법으로 평등을 이루어야 한다고 믿는 것 같다. 페미니즘을 여성우월주의로 이해하고, 역차별, 젠더갈등이라 말하며 성대결로 갈라치기하는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며 폭력적으로 소거하는 방법으로 평등을 이루면 된다고 믿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같지 않다. 다양성이 존중되어야 하는 사회에서 차이가 차별과 배제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 제도적으로 부단히 노력해 왔다. 그 노력 중에 하나가 바로 여성부 신설이었다. 다양한 차이가 나는 사람들의 처지와 상황에 맞게 보조를 맞추고, 인간의 권리를 제대로 존중받을 수 있도록 일해왔다. 여성가족부는 단지 여성을 위한 부처가 아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우리가 모두 고유하게 여기는 ‘평등’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의지이다. 단언컨대 여성가족부를 해체한 후 성평등정책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성평등정책을 주체적으로 진행할 부처 없이 성평등에 관심 없는 부서에서 어떻게 성평등한 정책을 강화한단 말인가!

여성가족부 폐지는 단지 상징성만이 소멸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에서부터 지자체로, 우리 생활 깊은 곳까지 성차별이 상식이 되어갈 것이다. 이미 여성의 권익을 높여온 다양한 사업들이 통폐합, 축소되고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시작으로 공적인 영역에서 여성의 목소리와 공간을 소멸시켜 갈 것이다. 성평등 민주주의는 다시 뒷걸음치게 될 것이 자명하다. 이에 남의 일이냥 그냥 보고만 있지 말자. 국회에서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국회의원들에게 의견을 보내는 메일 보내기에 함께 하자. 혐오와 차별, 갈등을 조장하며 시민들을 갈라치는 정치적 논쟁에서 벗어나 진정 시민들이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제도가 무엇인지 성찰해야 한다. 공동체의 안정과 행복을 위해 국회의원의 본분을 다할 수 있게 요구한다. 여성가족부 폐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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