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교육도시 진주를 디자인하라
[기고]교육도시 진주를 디자인하라
  • 경남일보
  • 승인 2022.12.0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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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용 (진주시의회 부의장)
최신용 진주시의회 부의장

 

최근 대입수능이 끝났다. 시험 당일엔 수험생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출근시간 연기는 물론 비행기의 이착륙까지 제한되고 있으니 가히 국민적 행사의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대입수능에 대한 유별난 국민적 관심은 결국 전 세계에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높은 교육열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그 교육열로 전쟁으로 폐허가 된 우리나라가 거의 반세기만에 세계 최극빈국에서 선진국 대열까지 올라갈 수 있었으니 우리나라에서의 교육은 곧 신앙 그 자체다.

교육에 관해 말하자면 우리 진주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고장이다. 이미 고려 성종 6년인 987년에 향교가 창건돼 개경의 국자감에서 경학·의학박사를 파견했고, 여기서 은열공 강민첨, 문충공 하륜, 문정공 정이오 같은 인물들이 공부해 조선 초에는 “나라 인물 반이 영남에 있고 영남 인물 반이 진주에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조선시대에도 남명 조식선생의 가르침으로 이른바 강우유맥(江右儒脈)이 형성돼 수많은 서재(書齋)와 서원(書院)이 생겨나 그야말로 진주는 글 읽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학문의 도시가 됐다.

근대에 들어서도 최초의 공립소학교와 사범학교 그리고 중등교육기관들이 설립돼 교육도시로서의 기반이 확충됐는데, 근래에도 진주시민의 1/3이 학생일 정도로 진주시 전체에서 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특히나 1970~1980년대에는 진주에서 예비고사 및 학력고사 고득점자가 전국 최고 비율로 쏟아져 온 국민의 관심사가 집중되기도 했는데, 실제로 2006년에 한 중앙일간지가 우리나라 엘리트 3만 2000명의 고향을 분석한 대한민국 엘리트 배출도시(7대 도시 제외)에서 진주가 230명으로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조사에서 우리 진주보다 경제력이 크고 인구가 많았던 마산이 168명을 배출해 4위에 랭크된 것과 비교해 보더라도 교육도시 진주의 위상이 결코 작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교육도시 진주의 위상이 안팎으로 흔들리고 있다. 우선 수도권 위주의 입시정책으로 인한 폐해 그리고 학령인구 감소와 이에 따른 지역 대학의 통폐합 문제 등 시간이 갈수록 진주의 교육적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물론 단순히 교육기관의 수가 많다거나 일류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곧 교육도시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과거에 비해 진주에서 차지하는 교육적 위상이 약화되고 있는 것 같아 시민의 한 사람으로 매우 안타깝다.

그렇다면 앞으로 교육도시 진주를 어떻게 디자인해야 하는가?

이를 위해 먼저 제2 경남대표도서관의 진주 건립을 제안한다. 현재 진주에는 소규모 도서관만 지역에 산재할 뿐 도시의 위상에 걸맞은 대형 도서관은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구도심 활성화 차원에서 현재 청소년수련원(현 평생학습원)을 국내 굴지의 도서관으로 건립해서 시민 모두가 배움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현재의 관(官) 주도의 배움 센터를 넘어 민간이 자율적으로 배움을 위해 모이고 활동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더 커진 경상국립대가 산술적 통합을 넘어서는 더 큰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도록 지역과 연계한 다양한 정책들을 펼쳐 나가면서 교육도시 진주의 핵심기관이 돼야 할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정조의 어명으로 편찬된 ‘영남인물고’라는 책의 서문에서 영남에 인물이 많은 이유에 대해 “영남 사람들은 향교와 서원을 집으로 삼고 스승과 벗을 친척으로 삼아 무리지어 배우고 익혀서 보고 감화된 덕분”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교육의 생활화 내지 지역화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는 오늘 교육적 측면에서 진주를 새롭게 디자인함으로써 시민 모두가 즐겁게 배우고 익히는 ‘명품 교육도시 진주’가 되길 기대하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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