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137]순창 용궐산 하늘길
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137]순창 용궐산 하늘길
  • 경남일보
  • 승인 2022.12.0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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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바위 절벽 따라 잔도길 아찔 산행
 
하늘길을 걷고 있는 탐방객들.
◇천국으로 가는 용궐산 하늘길

산 이름만 들어도 위엄이 느껴지는 용궐산, 전라북도 순창군 동계면에 위치한 용궐산(645m)은 2021년 4월에 거대한 암벽에다 하늘길을 개장함으로써 전국에서 많은 탐방객이 찾는 산이다. 산세가 마치 용이 하늘을 날아가는 듯한 형상을 띠고 있다고 해서 용궐산이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처음엔 용골산(龍骨山)이라 불렸으나 그 이름에 ‘용의 뼈’라는 죽은 의미가 담겨있어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기운을 발휘했으면 하는 주민들의 바람을 담아 2009년 4월 ‘용의 궁궐(집)’을 뜻하는 용궐산(龍闕山)으로 산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진주에서 두 시간 남짓 달려 용궐산 하늘길 아래 있는 치유의 숲 주차장에 도착했다. 트레킹 코스로 ‘용궐산 치유의 숲 주차장-하늘길-비룡정-된목-용굴-된목-용궐산 정상-삼형제바위-장구목재-장구목(내룡마을)-요강바위-현수교-섬진강 종주 자전거길-석문-섬진강마실휴양숙박시설-징검다리-용궐산 치유의 숲 주차장’ 순환 길을 선택했다.

 
하늘길에서 내려다본 섬진강.

 

치유의 숲에서 출발해 가파른 돌계단을 20분 정도 올라가자, 산의 한 면 전체가 수직 암벽으로 되어 있고 그 암벽에다 나무 데크로 잔도를 만들어 놓은 하늘길이 나타났다. 깎아지른 듯한 암벽을 따라 조성해 놓은 540m의 잔도는 아래 획이 짧은 ㄷ자 모양이었다. 급경사인 데크 길을 앞사람의 등만 보고 올라가다 조망을 위해 만들어 놓은 쉼터에서 걸음을 멈췄다. 아래로 내려다보는 순간 펼쳐진 풍경을 보고 숨이 멎을 뻔했다. 건너편 산과 들판, 유유히 흘러가는 섬진강이 한눈에 들어왔다. 마치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도 온전한 하늘빛으로 푸르렀다. 이래서 이 잔도를 하늘길이라 이름을 붙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와 이마에 맺힌 땀을 씻어 주니 이 길을 걸어 조금만 더 올라가면 천국에 닿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용궐산 정상 표지석.

 

◇수양하는 마음으로 오르는 용궐산

암벽 곳곳에 한자를 새겨 놓았다. 마음을 다스려 기운을 바르게 하라는 의미를 지닌 치심정기(治心正氣), 계곡과 산이 끝이 없다는 뜻의 계산무진(谿山無盡), 안중근 의사의 글씨체를 따온 제일강산(第一江山), 지혜로운 이는 물을 좋아하고 인자한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는 지자요수 인자요산(知者樂水 仁者樂山) 등의 글귀를 새겨 놓은 것은 용궐산의 용이 자기 뼈에다 글귀를 새겨 놓고 탐방객들에게 마음을 수양하는 자세로 산행을 해 주길 당부하고 있는 듯했다.

하늘길 잔도를 지나 비룡정까지 가는 길도 상당히 가팔랐다. 비룡정에 오르니 시계가 확 틔었다. 용궐산에 사는 용이 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단계별로 선물을 안겨주는 것 같았다. 섬진강 물줄기와 남서방향 풍경만 볼 수 있던 하늘길에 비해 비룡정에서는 동쪽과 북쪽 풍경까지 탐방객들에게 조망을 허락해 주었다.

평탄할 길과 가파른 길을 반복해서 걸어 올라가자 된목 갈림길에 닿았다. 된목에서 300m 정도 아래쪽에 있는 용굴을 찾아 내려갔다. 길은 말 그대로 수직에 가까웠다. 용궐산에서 태어난 새끼 용들이 살았다는 전설을 품고 있는 용굴은 길이가 5~6m 정도 되는 아늑한 곳이었다. 좀 더 내려가면 용이 두 쪽으로 깨고 나왔다는 용알바위가 있다고 하지만 일행들과 합류하기 위해 다시 된목 갈림길로 되돌아와 줄곧 가파른 길을 따라 용궐산 정상에 닿았다. 정상 표지석 옆에는 꽤 넓은 너럭바위가 있었다. 전설에 의하면 스님과 신선이 바둑을 둔 자리라고 하는데 바둑판에 그어진 금은 허물어졌는지 보이질 않았다.


정상에서 점심을 먹은 뒤, 다시 요강바위가 있는 장구목을 향해 내려갔다. 길이 너무 가팔라 내려가는 일도 만만찮았다. 소나무와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가파른 길가에 서서 필자 일행의 하산을 응원해 주었다. 장구목재에 닿자 포장된 농로가 나왔다. 비탈밭에는 주로 밤나무를 심어놓았는데 밤송이의 크기가 자그마한 게 겨울철에 구워 파는 단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구목 마을에 닿으니 섬진강을 가로지른 현수교가 보이고 그 밑에 요강바위가 있었다.


 

요강바위.

 

◇마을의 수호신인 요강바위

장군목이란 이름은 서북쪽의 용궐산과 남쪽의 무량산 두 개의 험준한 봉우리가 마주 보고 있는 장군대좌형 명당자리라서 장군목(장구목)이라 불린다고 한다. 장구목으로 흘러가는 섬진강 바닥엔 거센 물살이 다듬어 놓은 기묘한 바위들이 3㎞에 걸쳐 용틀임하며 살아 움직이는 듯한 형상을 지니고 있으며 강바닥 한가운데 ‘요강바위’가 자리 잡고 있다. 바위 가운데가 요강처럼 움푹 파여 있어 요강바위라고 부르는데 높이 2m, 폭 3m, 무게 15t에 이른다고 한다. 6·25전쟁 때 빨치산 다섯 명이 토벌대를 피해 요강바위 속에 몸을 숨겨 목숨을 건졌다는 일화가 있으며, 아이를 못 낳는 여인들이 요강바위에 들어가 지성을 들이면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전설도 내려온다. 소원바위이면서 마을의 수호신으로 여겨지는 이 바위는 수억 원을 호가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1993년에는 중장비까지 동원한 도석꾼들에 의해 도난을 당하기도 했다. 도난 후 1년 6개월 만에 되찾아 왔다고 한다.

섬진강을 가로질러 설치해 놓은 현수교를 건너 숲길로 조성해 놓은 섬진강 종주 자전거길을 따라서 강물과 함께 내려가니 건너편 용궐산을 바라볼 수 있는 쉼터가 있었다. 나무 데크로 만든 하늘길은 마치 데크로 된 용이 용궐산을 휘감고 있는 듯한 형상을 띠고 있었다. 석문을 지나 섬진강마실휴양숙박시설에서 섬진강에 놓인 징검다리를 건너 용궐산 치유의 숲 주차장으로 되돌아왔다. 약 9㎞를 4시간 남짓 걸었는데도 용궐산과 섬진강의 기운을 받아서 그런지 온몸에 힘이 솟구치는 느낌이 들었다. 건강과 힐링을 동시에 챙긴 행복한 하루였다.

박종현 시인, 멀구슬문학회 대표



 

선진강 징검다리.
용궐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나무 계단.
암벽에다 새겨놓은 안중근 의사의 글씨.
용궐산 하늘길.
용이 살았다는 용굴
장구목 앞 섬진강에 놓인 현수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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