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상상에 그친 ‘하동 상상도서관’ 건립사업
[현장칼럼]상상에 그친 ‘하동 상상도서관’ 건립사업
  • 김윤관
  • 승인 2022.12.13 15: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윤관 서부취재본부(사천·남해·하동) 국장
김윤관 국장


하동군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상상 공공도서관’ 건립 사업이 좌초 위기에 처했다. 총 160억원을 투입해 추진한 사업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된 데다, 급기야는 공사 추진 주체인 하동군이 자체감사에 나서는 등 전형적인 행정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하동군 상상도서관 건립 사업은 민선 7기 군수 공략사업으로 섬진강 백사청송(천연기념물 제445호)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하동읍 하동공원에 건물 형태만으로도 상상을 초월하는 세계적인 인문학 테마 랜드마크 상상도서관을 건립한다며 지난 2020년 7월 기공식을 가졌다. 하동읍 광평리 317번지 일대 1만 2784㎡의 부지에 16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지상 4층, 건축면적 1800㎡, 연면적 2937㎡ 규모로 내년 9월 26일 준공 예정이었다.

그런데 지난 4월 흙막이(CIP)공정을 완료한 후 8개월째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되고 있다. 전체 공정률은 18.45%이다. “건축·토목분야 설계도서와 현장 여건의 불부합으로 건물 유효공간이 부족하고, BF(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이 불가능 하는 등 사실상 당초 설계대로 시공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당초 설계대로 시공이 어려워 문제해결을 위해 전문가 자문과 소위원회 구성을 통한 설계변경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했지만, 설계변경 시 사업비와 사업기간이 대폭 증대됨에 따라 설계변경을 통한 문제해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설계변경(안) 검토 결과 시공범위 초과로 흙막이 재시공, 각종 인허가 재심의 등 문제점 발생으로 인한 사업비 50억원 이상 증액이나 사업 기간 2년 이상 지연이 예상된다. 또한 산지에 위치해 접근성 매우 취약하고, 주차공간 확보가 어렵고, 향후 유지관리 비용이 과다하게 발생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전문가의 지속적인 사업 재검토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하동군은 면밀한 검토 없이 공사를 진행한 과정에 대해 내부 감사를 벌인다고 한다.

정말 헛웃음만 나오는 상황이다. 160억원이나 투입되는 대형 사업을 추진해놓고 ‘없던 일’로 만들어 버리는 걸 보니 흡사 백사장에 모래성을 쌓는 놀이 같아 보인다.

민선 7기 전임 군수의 치적 쌓기용 욕심이 부른 참사인지, 부실한 재정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민선 8기 집행부의 고육지책인지는 모르겠으나 행정이 스스로 신뢰성을 무너뜨리고 있는 모습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세계적인 인문학 테마 랜드마크’를 표방하며 추진된 사업이다. 하동군은 상상도서관이 종합정보센터로서의 군민의 정보접근을 확대하고 문화교육도시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했다. 또한 새로운 문화 공간 조성을 통해 군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하동을 찾는 관광객에서 상상 체험형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뿐만 아니라 고령화 시대 어르신은 물론 아동 청소년 귀농·귀촌인, 결혼이민자 등 군민 구성원 모두를 위한 전통과 IT 기술이 결합된 신개념 도서관의 역할도 기대했다. 하지만 이제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그야말로 상상도서관 건립 사업이 상상으로 끝날 것으로 보여 아쉬움이 남는다.

하동군이 자체 감사에 나서며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린다고 한다. 면피용 감사로 흐르지 않기를 바란다. 행정의 신뢰성에 대한 뼈저린 자성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