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진주의 문화자본과 민간재단의 역할
[경일포럼]진주의 문화자본과 민간재단의 역할
  • 경남일보
  • 승인 2022.12.2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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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규 (진주향당 고문)
황경규 진주향당 고문


문화자본은 문화 자체가 화폐나 재산처럼 사회 구성원 사이에서 교환 가치의 역할을 한다고 여기는 개념이다. ‘특정 지역 내 구성원들이 향유하고 있는 지식, 교양, 취미, 감성 등 경제력으로 살 수 없는 문화적 능력’이 곧 지역의 문화자본이다. 문화·예술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능력, 문화의 장에서 행사할 수 있는 상징적 권위, 공공 제도·교육·계급에 따라 축적된 문화적 취향 따위가 모두 포함된다.

대한민국의 문화예술 정책과 문화시설·콘텐츠의 수도권 집중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지역의 문화자본을 활용한 문화인프라 향상 노력의 결실이 민간재단의 설립으로 나타났다. 지역이 갖고 있는 문화정체성을 활용해 문화·경제적 부가가치를 높이는 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문화가 경제에 종속되는 시대를 벗어나 문화가 지역경제를 이끄는 시대의 도래를 의미함은 물론이다.

지역에서 설립되는 각종 민간 문화·예술재단들은 지역의 문화자본을 바탕으로 특정 소수가 아닌 지역 전체를 위한 문화·예술의 향유 기회 제공과 공공의 영역에서 경영성과 공공성을 담보하는 과정을 통해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재단의 활동과 역할을 통해서 지역 문화경쟁력과 지역 문화자본력의 확대·발전 과정을 확인할 수 있음도 주지의 사실이다.

지방정부간의 경쟁력 우위도 지역 재단의 역할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재단만의 특유한 문화콘텐츠가 지방 정부의 경쟁력 우위를 점하는 핵심이자, 도시의 품격을 높임과 동시에 도시 경쟁력을 가늠하는 지표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지역 민간재단은 도시의 문화·예술이 가진 정체성을 대내외적으로 표방하는 지역 문화자본 활성화의 핵심 추진주체가 되고 있다.

문제는 전국의 지역 민간재단들이 가지는 가치에 비해 독립된 영역을 확보하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적·재정적 불안정성에 있다. 여전히 문화가 경제논리에 종속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가 지역경제를 이끄는 시대’가 아닌 ‘문화가 경제에 종속되는 시대’가 여전히 그 자리를 비켜줄 의향이 없어 보인다는 사실이 지역 민간재단이 마주하고 있는 불편한 진실이다.

지역 문화·예술의 가치 옹호자이자 혁신자로서의 민간재단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재단이 가지는 가치는 주로 문화·예술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에 치중되는 경향을 보인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재단이 가지는 사회적 가치에 대한 논의가 미흡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민간재단이 가지는 총체적 가치 인식에 대한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하다. 이른바 경제논리와 비효율성이 지역의 재단을 평가하는 잣대가 돼서는 안된다는 의미이다. 재단이 갖고 있는 예술적·문화적·사회적·경제적 측면을 아우르는 총체적인 가치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는 민간재단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특히 민간재단이 지역사회에서 가지는 사회적 가치에 대한 깊이있는 천착이 필요해 보인다. 진주지역의 대표적인 비영리 공익재단법인인 남성문화재단(2000년 설립, 2021년 해산)과 지역문화의 산실인 (재)삼광문화연구재단(1995년 설립), 대한민국 최초의 순수 민간 문화예술재단이자 50년의 역사를 가진 (재)진주문화예술재단(개천예술재단의 후신, 1972년 설립)이 가지는 사회적 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

재단의 위상이 곧 도시의 품격이자,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점은 이미 증명된 바 있다. 이제 진주 역시 민간재단의 특성과 역할에 주목하면서 문화·예술도시 진주의 현주소와 미래를 설계할 시기가 도래했음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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