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계묘년의 덕목
[천왕봉]계묘년의 덕목
  • 경남일보
  • 승인 2023.01.02 15: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토생전에서 별주부가 온갖 교언영색과 감언이설로 토끼를 꼬드긴 용궁은 화려함의 극치였다. 호박 주춧돌에 산호 기둥, 청강석 기와에 수정 발, 백옥 난간에 순금으로 장식됐다는 별천지였다. 게다가 구름을 타고 이동하며 천도를 먹고 천일주에 장취하여 미인들을 희롱한다니 토생이 혹할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었다. 별주부를 따라 죽음의 길, 용궁으로 향한 연유다.

▶그도 그럴 것이 동삼삭(冬三朔) 백설이 건곤하여 숨어있다 춘삼월 살만하여 세상에 나오면 포수들이 총을 겨눠 일상이 곤고하여 풍류는 꿈에도 생각할 수 없는 고달픈 생이었던 터였으니. 잠시 이성을 잃었으나 특유의 기지로 위기를 모면, 환생할 수 있었으니 다행일 수 밖에.

▶올해는 계묘년 토끼의 해다. 세밑에 선종한 교황 베네틱토16세는 생전에 ‘진리가 없으면 모든 것이 사라진다’고 해 오늘의 세태를 비추고 있다. 지난 한 해, 우리는 진리와 진실 여부를 떠나 진영에 따라 온갖 독단적 주장으로 점철된 극단적 양극화 현상을 보아왔고 새해를 맞은 지금도 그같은 현상은 계속되고 있으니 영일이 없다.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를 세계적인 복합적 경제 위기로 진단하고 수출을 통한 위기 극복과 3대 개혁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국민들의 희생과 노력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자유, 인권, 법치도 굳건히 세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인기 없는 대통령을 자임하면서. 토생처럼 곤고한 한 해가 될 것 같다. 토생처럼 위기를 벗어날 기지와 지혜가 계묘년의 덕목이다. 변옥윤 논설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