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인구론’과 한국의 인구 절벽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인구론’과 한국의 인구 절벽
  • 경남일보
  • 승인 2023.01.2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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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들에게 위생을 강조하는 것 대신 우리는 오히려 그와 반대되는 습관을 장려해야 하며, 마을의 도로는 더욱 좁게 만들고 집 한 채에 더 많은 사람들이 바글거리며 살게 만들어야 하며, 전염병이 다시 돌아오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착지 건설은 건강을 해치기 딱 좋은 늪지대와 같은 곳을 장려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는 창궐하고 있는 질병에 대한 맞춤형 치료 약을 배척해야 한다.” 영국의 경제학자 토마스 R. 멜서스(T.R.Malthus)가 1826년에 출간한 인구론(An Essay on the Principle of Population)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인구론의 요지는 인간의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인간의 식량의 생산량은 1, 2, 3, 4 처럼 산술적으로 증가하지만, 인구의 증가는 1, 2, 4, 8, 16 처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인류의 식량이 부족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층계급이 경제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출산율을 증대시키는 방법을 택한다”고 본 멜서스는 가난 구제를 위한 사회정치적 개혁이나 최저 생계비를 넘는 임금 인상 대책은 오히려 하층민 인구를 증가시켜 전 세계가 식량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멜서스의 인구론은 비판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인구론은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책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아왔다. 진화론과 같은 과학계는 물론, 경제학 분야와 정치영역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향을 미쳐왔던 것이다. 그런데 작금의 세계적인 출산율 감소가 이어지면서 맬서스의 인구론은 그 빛을 잃어가고 있는 듯이 보인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16년 1.17에서 계속 하락세를 이어오다가 2021년에는 0.81로 OECD 38개국 중 최하위로 나타났다. 1.3명 이하의 국가를 초저출산국가로 분류하는데 1.19의 스페인, 1.25의 이탈리아, 1.22의 칠레가 이에 속하나, 한국은 합계출산율이 1.0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OECD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다. 한국이 OECD 국가들 중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다른 선진국이 100여년 사이에 걸쳐 겪었던 출산율 하락의 문제가 단지 20년 만에 발생했다는 데 있다. 저출산(Low Fertility)의 인구학적 현상은 미래에 걸쳐 심각한 영향을 미침과 동시에 개개인의 삶에 있어 기본 터전인 가족 또는 가구를 매개로 사회의 여러 영역에 크나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경제학자 해리 덴트(Harry Dent)는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한 국가나 구성원의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어 인구 분포가 마치 절벽이 깎인 것처럼 역삼각형 분포가 되는 상황을 인구절벽(Demographic Cliff)이라고 명명하였다. 주로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가 급격히 줄어들고 고령인구(만 65세 이상)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경우를 지칭하는 것이다. 한국이 저출산과 고령화 추세로 인해 사회 구성원의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인구 절벽’의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러한 생산인구의 감소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침체 현상을 가속화 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국가의 잠재 성장률 하락이라는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한국은 지난 2020년 국내 총인구가 정점을 찍은 후 자연 감소하는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이런 추세라면 50년 후 한국 인구는 약 3800만 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의 ‘2021년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통계(잠정)’에 따르면 2020년 출생아 수는 26만500명으로 1년 전보다 1만 1800명(4.3%) 줄었다. 이는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다. 출생아 수는 2016년까지 40만 명대를 유지했지만 2017년 30만 명대로 감소했고 2020년 처음으로 20만 명대로 대폭 줄었다.

주요 선진국은 한국처럼 극단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경제성장 수준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대부분 저출산 문제를 이미 겪었으며 프랑스나 영국, 스웨덴 등 일부 국가는 저출산 문제를 상당히 극복해냈다. 이들 국가는 국민의 공감대를 얻어 과감한 재정 지원을 통해 출산과 육아에 친화적인 사회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공통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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