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138]보랏빛 꿈을 꾸는 섬, 퍼플섬
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138]보랏빛 꿈을 꾸는 섬, 퍼플섬
  • 경남일보
  • 승인 2023.01.25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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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바다 위 천사의 섬 '보라보라해'
◇동화 속 풍경같은 퍼플섬

10여 년 전,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을 여행한 적이 있다. 지중해를 바라보는 산 중턱 언덕에 연한 주황색 지붕과 건물 외벽을 온통 하얀색으로 꾸며놓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마을이 있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언덕 위의 하얀 마을, 미하스다. ‘단조로운 색 한두 가지가 모여 이처럼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태양 빛이 강해 그 빛을 반사해 체감온도를 낮추기 위해 건물 외벽을 하얀색으로 칠해 놓은 마을 사람들의 지혜가 오늘날 미하스를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만들었다.

우리나라에도 미하스만큼이나 유명한 관광명소가 생겼다. 보라색 하나로 2021년 세계관광기구에 의해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로 선정된 바 있고, 한국 관광의 별 본상을 받은 퍼플(보랏빛)섬인 반월도와 박지도다. 섬과 섬 사이에 놓인 다리도 보라색, 지붕과 길바닥도 보라색, 심지어 길가에 핀 꽃들까지 보라색인 섬, 반월도와 박지도를 이름하여 퍼플섬이라고 부른다. 전남 신안군 천사섬(1004섬)에 보랏빛 동화가 살아 숨 쉬는 퍼플섬으로 지리산여행사가 마련한 쏠라티 승합차를 타고 떠났다.

2시간 30분을 달려 신안군 압해도에 도착했다. 압해도에서 다시 1시간여를 더 가야 퍼플섬에 닿는다고 한다. 압해도와 암태도를 이어놓은 다리인 천사대교는 그 길이가 무려 7.26㎞나 된다. 천사대교 관광안내소에서 천사의 하얀 날개 한 쌍이 날갯짓하는 조형물 옆, 천사섬 랜드마크 ‘1004’ 속 글자 ‘0’ 안으로 바라본 천사대교의 모습이 정말 장관이었다.

 
퍼플섬의 랜드마크 아이퍼플유.
◇낭만과 꿈이 깃든 퍼플섬

우리나라의 섬 4200여 개 중, 신안군 소재의 섬만 1004개나 된다. 그래서 신안군은 ‘천사섬’이란 아름다운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섬이 바로 반월도, 박지도, 안좌도 세 섬을 ㄷ자 모양으로 퍼플교(1500m)를 이어놓은 퍼플섬이다. 동백나무 세 그루씩 짝을 지어 가로수로 서 있는 암태도와 팔금도, 안좌도를 지나 퍼플교 주차장에 닿았다.

퍼플교 트레킹(걷기 여행)을 위해서 입장권을 구매해야 했다. 입장료는 5000원이다. 그런데 입장료를 내지 않고 무료로 걸을 수 있는 다양한 규정을 마련해 놓았다. 상의나 하의, 신발, 모자 등 보라색 복장을 착용했거나 보라색 우산이나 양산을 지참했거나 2명 이상의 탐방객이 양말, 스카프, 안경 등 동일한 보라색 액세서리를 갖추었거나 주민등록상 ‘보라’란 이름을 가진 사람 등은 모두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신안군에서 수익을 목표로 입장료를 받기보다 퍼플섬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기르고 올바른 관광문화를 뿌리내리기 위해 조건 입장제를 실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 일행은 지리산여행사 측에서 마련한 보라색 조끼를 입고 무료로 입장할 수 있었다.

 
퍼플섬 반월도 랜드마크.
안좌도와 반월도를 이은 보라색 퍼플교인 문브리지를 지나 반월마을 사람들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낙지볶음으로 점심을 먹었다. 연한 낙지살의 식감은 지금까지 먹어본 낙지요리 중에서 단연 으뜸이었다. 반월마을에서 바라본 보랏빛 문브리지도 명품이었지만 작은 마을 전체가 보라색 지붕을 이고 옹기종기 서 있는 집들과 보라색 길바닥이 무척 낭만적이었다. 길옆 밭에는 뿌리를 살짝 내민 콜라비와 비트가 탐방객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듯 수줍게 보랏빛을 띠고 있었다.

섬 주민들이 재배하던 도라지꽃, 콜라비, 꿀풀꽃 등의 색깔인 보랏빛에서 퍼플섬에 착안했으며 지금도 보라색을 띤 비트, 가지, 콜라비 등의 작물을 많이 재배하고 있다고 한다. 반월도 해안산책로 옆엔 방탄소년단 뷔가 했던 말인 ‘I PURPLE YOU(보라해)’와 반달 모양의 조형물을 세워놓았는데 포토존으로 유명한 곳이다.

반달 모양의 섬 반월도에서 박 모양으로 생긴 박지도로 이어진 퍼플교는 세 개의 다리 중 가장 길다. 바람의 세기가 너무 강해 세 걸음 전진에 두 걸음 후퇴해야 할 정도였다. 사나운 바람도 퍼플교를 건너는 탐방객들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박지도에 도착하니 하늘도 보랏빛이었다. 퍼플교는 박지마을에서 평생 살아온 김매금 할머니의 ‘걸어서 섬을 건너고 싶다’는 소망을 담아 2007년에 만든 ‘소망의 다리’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한 사람의 소망이 퍼플섬이란 아름다운 세상 하나를 낳았던 것이다.

 
박지도 나팔쉼터.
박지선착장에서 아스타국화정원-사스레피나무군락지-박지산 정상-박지당-900년 우물-가시나무길-바람의 언덕-라벤더 정원으로 이어지는 박지산 트레킹 길을 걸어 해안산책로를 따라 박지선착장으로 갔다. 해안산책로에서 바라보는 섬마을의 집들은 주택이라기보다 보랏빛 꽃이 만발한 꽃밭처럼 아름답고 평화롭게 보였다. 스페인 미하스보다 더 서정적이고 아름다웠다. 그뿐만 아니라 오전까지는 물로 가득했던 바다가 지금은 갯벌로 바뀌어 있었다. 광활한 갯벌이 하나로 엉겨 추위를 견디고 있는 바다와 산책로 옆 나팔쉼터에서 바닷바람이 불어주는 나팔 소리의 응원 덕분에 필자의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천사섬 랜드마크 너머 보이는 천사대교.
김환기 화백의 고택.
◇파란 꿈을 그린 김환기 화백

박지도와 안좌도로 이어진 퍼플교를 지나 우리나라 화가 중, 가장 높이 평가받고 있는 김환기 화백의 고택을 찾아갔다. 절친인 김광섭 시인의 시 제목을 따서 화제를 지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우리나라 그림 중 가장 고가(132억)를 기록한 ‘우주’, 그리고 ‘나는 새 두 마리’와 ‘고요’ 등 김환기 화백이 그린 작품 대부분의 바탕색이 고향 바다색 파랑이다. 어쩌면 김환기의 파랑은 바다이자 고향이며 그의 꿈인지도 모른다. 고향 바다색을 그림의 바탕에 새겨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으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김 화백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밴 파랑을 지금 고향 사람들은 마을 모두 파랑으로 채색하여 거장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해 놓았다. 퍼플섬의 보라, 안좌마을의 파랑은 꿈과 그리움을 안고 겨울을 건너고 있었다.

박종현 시인, 멀구슬문학회 대표

 
보라색 지붕으로 치장한 박지마을 집들.
박지도 해안산책로와 갯벌.
박지도와 안좌도를 이은 퍼플교.
박지도 랜드마크.

 
사스레피나무 군락지로 난 박지도둘레길.
반월도와 박지도를 이은 퍼플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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