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날은 더워 죽겠는데 남친은 차가 없네'
[여성칼럼]'날은 더워 죽겠는데 남친은 차가 없네'
  • 경남일보
  • 승인 2023.02.0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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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정 (사)진주성폭력피해상담소장

 

‘날은 더워 죽겠는데 남친은 차가 없네’ 서울의 시내버스 정류장에 모 음료 회사 광고가 게시됐다. 이 광고는 별문제 없이 걸려있었다. 위트있다, 센스있다, 재미있다 등등의 평가를 받으며 픽- 웃게 만들며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며칠 되지 않아 논란이 되었다. 누군가 문제 제기를 했는데 ‘그 참 까다롭다, 까탈스럽긴… 그냥 웃고 넘어가지’와 같은 부정적 반응이 아닌 대중의 공감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누구나 볼 수 있는 버스 정류장의 이 카피를 보고 누가 화가 났을까? 대부분 남성들이 화가 난다고 먼저 대답했다. “여자들은 지들이 차가 없는데 왜 남자를 탓하냐?”, “남자친구는 꼭 차가 있어야 하는가?”, “남자가 봉이냐?” 등등의 말로 매우 불쾌함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남성만 화가 났을까? 여성이 차가 필요하면 “나도 차를 하나 살까?”, “중고차라도 하나 살까?”, “할부 차라도 하나 살까?” 등등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며, 그것을 충족하기 위한 자신의 상황을 고려한 지출로 주도적 삶을 산다. 그런데 저 광고의 화자는 남성에게 의존하는 여성으로 그리고 있다. “왜 여성을 남성에게 의존하는 존재로 그리고 있는가?”라며 여성들도 불쾌함을 드러냈다. 이처럼 성차별은 남성, 여성 모두에게 불쾌한 일이다.

모 부대에 성평등 강의를 갔다. 고위직 간부라는 사람이 질문을 했다. “요즘은 군대에 여군도 많다. 그런데 훈련 중 몸싸움을 하는데 남자 군인은 윗통을 벗고 라운드에 들어오는데 여군은 윗옷을 입고 라운드에 들어온다. 이는 성차별 아닙니까? 여군도 윗통을 벗어야죠”

자, 여러분은 누구에게 성차별로 들리는가? 윗옷을 입고 입장한 여군에게 이익이나 불이익이 있다는 말인가? 윗옷을 벗고 입장한 남성 군인에게 이익이나 불이익이 있다는 말인가? 그 질문에 교육장에 같이 있던 남성도 여성도 눈살을 찌푸렸다. 본인들의 군부대 수준에 맞지 않는 저급한 질문을 한 간부에게 비난의 눈길과 야유가 쏟아졌다. 하지만 ‘저급한 질문이다’로 무마할 것이 아니라 성인지적 관점으로 매듭지을 필요가 있었다.

남성은 윗옷을 탈의 한 채로 입장하고, 여성은 윗옷을 입은 채로 라운드에 입장한 것이 성차별로 느껴진다면 어떤 개선 방법이 있을까? 같이 탈의를 해야 성평등이라고 생각하는 관점을 같이 옷을 입는 방향으로 바꾸면 어떨까? 남성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윗옷 벗기를 강요한다면 이것이 성차별이다. 윗옷 탈의에 대한 선택권을 주어야 한다. 또한 군인이라는 이유로 남성 알몸 보기를 누구나 원하는가? 남성의 유두 보기를 누구나 원한단 말인가? 몸을 노출하고 유두를 노출하는 사람이 주변 사람들에게 탈의해도 되는지 동의를 구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남자가 벗었으니 여자도 벗어라?? 이는 벗기를 강요당하는 사람, 강제로 남의 알몸을 봐야 하는 사람, 교육장에 있던 남성과 여성 모두를 불쾌하게 했다.

이처럼 성차별은 남녀 모두에게 ‘불쾌’다. 성차별로 인생 전반에 이득을 보는 성별은 없다. 권한을 주는 듯 하지만 그 권한으로 인해 책임과 의무를 강요당하고, 책임과 의무에서 자유로운 듯 하지만 권리가 박탈당한다. 즉, 서로의 삶 전체의 불이익은보지 않고 일부 이익만 보면서 상대 성별에 대한 불쾌감만 키운다.

성차별 없는 성평등은 그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가치로운 내 삶의 조화를 위한 것이다. 주체적인 내 삶을 살아가는데는 의존도 필요하고, 협력도 필요하고 때로는 희생도 필요하다. 의존이 불행이고 희생이 불행인가? 의존으로 받는 사랑의 위대함을 경험하고 희생으로 주는 사랑의 힘을 경험하며 내 삶이 완성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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