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배달 사냥꾼
[기자의 시각]배달 사냥꾼
  • 정희성
  • 승인 2023.02.08 14: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희성 기자

 

최근 2년 간 코로나19로 인해 음식 배달이 크게 증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감소 추세로 돌아섰지만 지금도 배달 오토바이를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배달 오토바이 운전자들의 난폭, 불법 운행은 변하지 않고 있다. 인도를 달리고 역주행도 서슴지 않는다. 보행자가 있는데도 횡단보도를 질주하고 신호위반은 기본이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번호판을 가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끔, 아주 가끔 신호를 지키고 있는 운전자를 보면 신기할 정도다. 물론 이들이 신호를 지키는 이유는 도저히 신호위반을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들도 나름의 사정이야 있겠지만 그 광경을 목격하고 있으면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진다. 오죽하면 이들을 따라다니며 경찰에 신고하는 유튜버가 큰 인기를 끌겠는가. 현재 구독자 27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유튜버 ‘딸배헌터’는 번호판을 가리거나 교통 법규를 위반하는 배달 운전자들의 영상을 찍어 경찰에 신고한 후 처벌 내용까지 확인해 구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그는 지난 2021년 9월에 유튜브를 개설했는데 누적 조회수는 1억 1000만회가 넘는다. 딸배는 ‘배달’이라는 단어를 거꾸로 한 것으로, 온라인에서는 배달 운전자를 비하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는 것 같다. 일부 언론은 해당 유튜버의 활약(?)을 기사화 했다. 그가 올리는 동영상에는 많은 댓글이 달리는데 비판글도 있지만 상당수는 “속이 시원하다”, “우리 지역에도 와서 해달라”, “정의를 위해 오늘도 고생한다”, “운영자의 선한 영향력이 전국적으로 퍼지면 좋겠다” 등의 응원글이 많다. 또 “경찰이 해야 할 일을 유튜버가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누리꾼들도 많다.

고향이 창원인 것으로 알려진 이 유튜버는 구독자의 요청이 있으면 타 지역에도 찾아간다. 배달 운전자들 사이에서 워낙 악명이 높다보니 해당 유튜버가 떴다는 소문이 퍼지면 배달 운전자들이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 낯선 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유튜버의 행동이 옳고 그른지는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또 누리꾼들이 영상을 보면서 오토바이 배달 운전자들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것 역시 옳지 못하다. 하지만 배달 운전자들도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한다. 특정 직업군이 사회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는지는 그들의 행동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