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향사랑기부제 어디에 쓸 것인가
[기고]고향사랑기부제 어디에 쓸 것인가
  • 경남일보
  • 승인 2023.02.16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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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민우 진주시 상평동
고향사랑기부제가 한달을 맞았다. 내 고향이든 다른 고장이든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아닌 지자체에 후원금을 보내는 제도다. 고향이라면 옛 시절을 그리워하며 고향의 부흥을 기원하는 마음일 테다. 고향이 아니어도 애정을 보내고 후원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기부금을 보낼 수 있다. 10만원이 전액 세액 공제 되니 커피 한 잔, 술자리 하나 줄여서 선뜻 기부할 만하다.

연초부터 고향사랑기부금이 시작되자마자 우리 시, 우리 군에 이러저러한 사람들이 얼마를 보내왔다는 기사가 잠시 줄을 이었다. 초반에 홍보를 펼쳐 참여를 독려하려는 생각도 읽힌다. 출향인사들 중 이름깨나 하는 사람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선두주자로 이름을 올렸을게다.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지역소멸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에서 이런 기부금이라도 한 푼 두 푼 모아 살림에 보태야 하는 것이 지역의 현실이기는 하다. 개인이 최대 500만원까지 할 수 있으니 출향 해 번듯한 회사라도 경영하는 기업가들에게 고향사랑이라는 생색을 내기에 나쁘지 않은 방책일 수도 있겠다.

한달 여 지난 고향사랑기부금, 이렇게 모인 기부금을 어디다 쓰는지는 잘 모르겠다. 고향사랑기부금은 취약계층 지원, 청소년 보호·육성, 주민 문화·예술·보건 증진, 지역공동체 활성화, 그 밖의 주민 복리 증진에만 사용하게 돼 있다. 참 모호하다. 그래서 어디다 어떻게 쓴다는 것인지.

적게는 10만원부터 많게는 500만원이라지만 꼭 필요한 누군가에게 전해진다면 100만원, 5000만원의 효용을 거둘 수도 있을 것이다. 

고향사랑기부금의 답례품으로 내세우고 있는 품목들을 보면 각 지역의 특산물들로 지역의 상품을 소비한다는 점에서 경기활성화의 역할을 다소나마 해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타지에서 고향의 특산품을 받아보다 보면 답례품이 아니어도 구매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답례품에서 유발되는 효과보다 기부금 자체의 활용처가 더욱 궁금해진다.

고향납세를 먼저 도입한 일본의 경우 시민이 모금액의 사용처를 정하는 ‘기부 시민참가제도’라는 것도 있다고 한다. 아동병원이 없는 지역에서는 아이들을 도시의 병원에서 원격진료 받도록 해주거나 교통편의 노선유지를 위한 사업에 투자하는 사례도 있다. 충북에서는 고향사랑기부금을 취약계층 의료를 위한 ‘의료비 후불제’라는 사용처를 발굴해냈다. 취약계층의 의료비를 장기 저리로 융자해주는 방안이라 한다. 청년들을 위한 해외연수에도 이 기부금을 활용할 방침이라고 한다.

답례품이 이러저러하니 동참해주십사 하는 홍보도 좋지만 소중한 후원금을 써서 이러저러한 혜택을 낳았으니 기부자님들 보람 느끼시라는 꼼꼼한 정산서도 준비하고 있어야 하겠다.

채민우 진주시 상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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