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기보다 조리법·메뉴부터 바꿔 나가야”
“환기보다 조리법·메뉴부터 바꿔 나가야”
  • 김성찬
  • 승인 2023.02.27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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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교육청, 27일 창원 CECO서 급식종사자 폐암 현안 포럼 열어
박정래 교수 “굽고 튀기는 음식 대신 건강한 요리법에 눈 돌려야”
“돈까스, 치킨, 멸치볶음, 김치볶음…. 거의 매일 굽거나 튀기거나 볶는 요리를 하면서 ‘조리흄’에 시달리는 셈입니다. 조리시설 개선외에 메뉴 고민도 해야합니다. 폐암이 남의 일이 아니니까요.”

도내 한 학교급식 종사자 이모 씨의 얘기다. 이처럼 최근 학교급식 종사자의 폐암 발병이 사회이슈가 된 이후 경남교육청이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시도교육청 단위의 관련 포럼을 27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는 ‘조리법’과 ‘메뉴’에 대한 다른 차원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근로복지공단 창원병원 직업환경의학과장 박정래 교수는 흡연율이 2~3%에 불과한 중국 여성들의 폐암 사망률이 타국가보다 1.5배 이상 높은 이유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물론 간접흡연에 대한 노출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여전히 많은 화석연료 사용, 중화권의 음식 조리방법을 눈여겨 봐야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동아시아 국가 전체 폐암환자의 30%가 비흡연 여성”이라며 “특히 거의 뭐든지 튀기고 볶고, 유달리 식용유를 많이 써가면서 기름진 음식을 만들어내는 남다른 중화권 조리문화를 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중국의 조리방법 ‘차오’는 결국 과잉 조리로 이어져 조리흄을 대량으로 발생시켜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과도한 식용류 사용, 라드(LARD, 조리용 돼지기름)데 대한 애착, 필요이상의 고열 조리 등이 만들어 내는 PAHs(다환방향족탄화수소)나 아크릴아마이드 같은 발암물질을 환기시설만으로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튀김과 볶음요리 경력이 많을수록 폐암 발생위험이 최대 8~34배 정도 높다”며 “이제는 조리방식이나 메뉴의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굽거나 튀기는 메뉴 대신 찌거나 삶아서 조리할 수 있는 음식의 종류를 늘리고, 기름을 사용하더라도 발연점(기름을 가열할 때 연기가 나기 시작하는 온도)이 높은 식물성 기름을 사용하거나, 에어프리이어나 오븐과 같이 기름을 사용하지 않는 건강한 저온요리법의 장점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제도적으로 규제하는 방법 등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하지만 “기름 사용량이나 환기시설 수준 등이 다른 중화권의 사례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가져와서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필요하다”면서 “이들의 건강을 위한 국가와 관계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발표를 마무리 했다.

이어 경남지역암센터의 장인석 교수는 조리흄과 폐암의 관련성을 설명하며 “흡연과 관련 없이 발생하는 폐암이 전체의 30%를 차지하고, 경남지역 급식종사자의 폐암 발생 비율이 일반인보다 높은 상황인 만큼 이들의 폐암 예방법과 원인에 노출된 대상자의 조기진단 방법 등에 대한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산업안전보건공단 경남지역본부 이준호 부장은 학교급식실 현황에 대해 낮은 층고, 캐노피형 후드, 단시간 집중 노출, 장소와 공간조건에 의한 기류 정체로 환기 불량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번 포럼을 주최한 박종훈 교육감은 “급식종사자들의 폐암 문제가 불거지면서 교육감이 졸지에 산재사업장의 고용주가 되어 버렸다”면서 “늦었지만 급식종사자들의 작업환경이 더 나아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학교 급식종사자 폐안 현안진단과 대책’을 주제로 창원 세코에서 열린 이날 포럼 자리에는 급식종사자, 전국여성노조, 고용노동부 관계자들과 인천광역시교육청 외 11개 시도교육청 관계자들이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김성찬기자 kims@gnnews.co.kr

 
경남도교육청은 27일 창원컨벤션센터회의실에서 ‘학교 급식종사자 폐암 현안 진단과 대책’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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