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립미술관 ‘심문섭:시간의 항해’ 전시
경남도립미술관 ‘심문섭:시간의 항해’ 전시
  • 백지영
  • 승인 2023.03.2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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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바다가 이끈 조각의 길, 5대양 6대주 돌아 고향 땅서 펼쳐 보이네

바다 너머 5대양 6대주를 꿈꾸게 만든 통영의 앞바다는 그가 한평생 예술의 길을 걷도록 한 자양분이었다.

조각을 공부하기 위해 5시간 뱃길과 기차를 타고 서울로 떠났던 소년은 세계 유수 비엔날레에서 러브콜을 받는 거장이 돼 다시 고향 땅에 섰다.

심문섭 作 ‘제시-섬으로’(2018). 사진=도립미술관
심문섭 作 ‘제시-섬으로’(2018). 사진=도립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은 한국 현대 조각 흐름을 주도해온 통영 출신 심문섭(80) 작가의 60년 예술 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심문섭:시간의 항해’ 전시를 오는 6월 25일까지 미술관 1·2층 전관에서 연다.

이번 전시는 심 작가가 60여 년 예술 항해 중 고향 경남에서 처음으로 닻을 내리는 대형 회고전이다. 1970년대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던 그의 초기 실험 작품부터, 각 시기를 대표하는 조각·드로잉, 2004년부터 현재까지 몰입 중인 회화 연작에 이르기까지 200여 점에 달하는 작품과 아카이브 자료를 집중 조명한다.

심 작가는 1965년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1969년부터 대한민국 전람회에서 3년간 연이어 수상하는 등 일찌감치 두각을 드러냈다. 1970년대부터 파리·상파울로·시드니·베니스 비엔날레 등을 섭렵하고 2007년 프랑스 슈발리에 훈장을 수훈하는 등 국내외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쳐왔다.

 

심문섭 作 ‘목신-9028’(1990). 사진=도립미술관
심문섭 作 ‘목신-9028’(1990). 사진=도립미술관


전시를 기획한 박현희 학예연구사는 “작가의 80년 여정을 고향에서 총정리하는 전시인 만큼 더 많은 도민들이 작가의 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기획하는데 신경 썼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 앞서 지난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이 열렸던 만큼 당시와는 다른 형태로 선보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세계를 누빈 작가이지만 고향이 주는 부담감은 크다. 심 작가는 지난 16일 도립미술관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고향 땅이 가까워지니 더 조심스럽고 경직돼 힘들었다”며 “그간 국내에서는 선보이지 않았던 작품을 소개하고자 해외에서 가져온 작품들과 그간 혼자 소장해 왔던 작품들을 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심 작가는 조각, 설치, 사진, 사진 드로잉, 회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카테고리를 넘나들면서도 일관된 작업 방향성을 유지해 왔다. 국제적 감각과 시대상을 공유하면서도 한국적인 정서와 문화를 투영해 자신만의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심문섭 作 ‘반추’(2023). 사진=도립미술관
심문섭 作 ‘반추’(2023). 사진=도립미술관


전시는 4개의 섹션으로 구성돼 작가의 ‘반 조각’을 향한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작업 여정을 전달한다.

먼저 섹션1 ‘장을 열다:관계에서 제시로’에서는 작가의 첫 연작인 ‘관계’(1970~1980)를 비롯해 ‘현전’(1973~1990년대), ‘목신’(1982~1995), ‘토상’(1981~2009)을 거쳐 ‘제시’(2000~2007), ‘반추’(2002~) 연작의 대표작 등을 선보인다.

1970년대 이미 동시대 국제 미술의 흐름을 빠르게 받아들여 전통적인 조각에서 물질, 재료, 개념, 상황적 조각을 추구하며 조각의 영역을 새롭게 확장해 온 작가의 작품 세계를 반추할 수 있다.

섹션2 ‘자연의 감각:무한의 질서’는 자연이 주는 원초적 소재인 흙(점토)으로 만든 ‘토상’(1981~2009) 연작의 다양한 변주와 회화 작품을 소개한다. 아름다운 통영의 바다와 환경은 그의 자연관에 많은 영향을 미치며 작업 전반에 투영됐다. 그는 돌, 나무, 흙과 같은 가공되지 않은 자연재료를 사용하면서 작가의 개입을 최소한으로 하고 물질 자체의 본성이 스스로 드러나도록 한다.

섹션3 ‘반 조각의 확장:물성에서 회화’는 작가의 조형관이 잘 나타난 ‘메타포’(1992~2008), ‘현전’(1970~1990년대), ‘반추’(2002~) 연작의 대표작과 최근까지 몰입하고 있는 ‘제시-섬으로’(2004~) 회화 연작을 중점적으로 선보인다. ‘세상 모든 것이 조각의 재료가 된다’라고 말하는 작가에게 조각, 설치, 회화 장르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통영의 바다를 모티프로 한 푸른색 회화 역시 ‘반(反)조각’의 연장선상에 있다.

섹션4 ‘아카이브’는 작가 연보를 비롯한 다양한 기록물과 자료들, 드로잉 작품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특히 모든 전시장에서 조각과 어우러진 회화 연작을 감상할 수 있는데, ‘반(反)조각’ 정신의 확장 개념으로 조각과의 상관 관계를 짚어볼 수 있다.

심 작가는 “한 평생 조각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며 조각을 확장시키기 위해 고민해 왔다”며 “그간 ‘심문섭’이 아니면 안 되는 작품을 추구해 왔던 만큼 앞으로도 이를 찾는 여정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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