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한국조형예술원(KIAD) 지리산아트팜캠퍼스 학장
“왜 하동(河東)이지요? ‘지구별 오직 한 곳뿐인 자연 천국이라서요.’” 2010년 무렵, 자연주의 현대예술 융·복합단지인 지리산아트팜 조성이 시작될 때 얘기다. 숲속 예술학교, 숲속 미술관, 노천극장을 비롯한 복합예술시설에 지리산 국제 환경예술제 등이 열리는, 글로벌 자연주의 현대예술 허브가 들어설 터전을 경남 하동으로 결정한 데 대한 문답이다.
선호도 조사로는 이른바 교과서형 결과였다. 하지만, 백두산과 금강산은 현실성이 없고, 한라산은 ‘아무리 좋아도 섬’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당연히 우리나라 대표 명산인 지리산으로 정해졌다. 북쪽 지역 지리산 위주로 탐사를 하던 중 하동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요샛말로 ‘깜놀‘이었다. 생태하천 섬진강과 두 곳 국립공원의 자태를 보는 순간 경이로움에 소름이 돋았다.
하동의 자연은 가히 하늘로부터 받은 특혜라 할만하다. 산 국립공원(지리산)과 바다 국립공원(한려해상)에다 두 곳을 잇는 섬진강은 국보급이다. 이 현상은 우리가 조사한 바로는 지구별에서 오직 한 곳, 하동뿐이다. 이 특별한 대지 조형물은 신의 축복이리라. 당연히 잘 가꾸고 지켜서, 지구별에서 오직 한 곳이라는 빛나는 영예를 세상 끝까지 이어가야 할 것이다.
하동은 이름대로 물의 동쪽이다. 이 물이 섬진강이다. 자연 형성된 생태습지와 드넓은 모래톱은 장관이다. 유일하게 하굿둑이 없는 하류 쪽은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종(種) 다양성에다 생태계의 보고다. 먹거리 또한 철철 넘친다. 이 아름다운 물길은 내륙항구인 하동포구를 만들며, 지리산과 바다를 잇는 물길 전성시대를 이루었다. 인구 14만 2000여 명이 넘던 하동의 풍요와 격변을 상징적으로 전해준다.
해질녘 장엄한 지리산이 산 그림자 콜라주(Collage)를 펼치고 나면, 이내 지리산 하늘은 별들의 미디어아트쇼를 연다. 그토록 장엄한 아름다움 너머로 우리나라 근·현대사가 묻혀있는 아픈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기실은 태고로부터 오늘까지 이 땅의 볕과 그늘을 온몸으로 맞서 왔으리라. 또 하동 바다는 어떠한가. 바닷속까지 훤히 보이는 영롱한 색깔과 만선 깃발을 뽐내며 귀항하는 온갖 풍요를 아낌없이 내어준다. 천혜의 자연 속살까지 주는 하동 바다(노량해협)는 이순신 장군이 7년 전쟁을 끝내며 하늘의 영웅별이 된 노량대첩의 전장이기도 하다.
정녕 대자연은 장엄하고 숭고하다. 하동의 자연은 더욱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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