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간병인
[경일포럼]간병인
  • 경남일보
  • 승인 2023.04.16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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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홍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임규홍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대한민국 통계청의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남자 80.5세, 여자 86.5세로 전체 평균 83.5세 정도 된다. 그 중 기대수명에서 질병 또는 장애를 가진 기간을 제외한 수명인 건강수명이 2020년 기준, 평균 66.3세라고 한다. 즉, 노화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남자는 평균적으로 약 14년, 여자는 20년 가량을 건강하지 못해 아프면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나 병원 신세를 지지 않고 세상을 떠나기가 어렵다. 더구나 생존 연령이 높아지면서 부모를 봉양하고 보살펴야 하는 자녀 또한 나이가 많아진 노인이 된다. 거기에 자기도 아프기도 하고 살아가기에 바쁘다. 또 자녀도 하나 아니면 둘, 없는 경우도 많다. 자녀가 있더라도 병환으로 힘든 부모를 모시는 자녀는 기대할 수도 없고 기대해서도 안 된다. 다행히 부부가 같이 살아 있어서 부부 중 한 명이 간병을 해준다면 다행한 일이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부부도 언제까지 건강하라는 법도 없고 나이가 들면 부부 중 한 명이 먼저 세상을 떠나는 것 또한 피할 수 없다.

누가 우리의 아픔을 끝까지 돌봐 줄 것인가. 부모를 요양원에 보내고 나 몰라라 하고 거들떠보지도 않는 자녀가 한 둘이 아니라고 한다. 경제적으로도 어렵고 누구 하나 돌봐 줄 사람이 없을 때 거기에 병이라도 들면 우리는 비참한 노후를 보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생겨 난 것이 간병인이라는 직업이다.

간병인! 일정한 수당을 받고 자기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거나 대소변이나 음식을 먹기 어려운 환자를 돌보아 주는 사람이 간병인이다. 노후에 병석에서 힘들어 하는 사람을 정성껏 돌봐 주는 간병인이 어떻게 보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그러나 환자를 정성껏 돌봐주는 간병인이 우리 주위에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간병인도 경제적으로 어려우면 쓸 수도 없다. 간병하기 어려운 보호자는 간병인에게 환자를 잘 보살펴 달라고 부탁하고 또 간청을 한다. 그런데 보호자가 곁에 있을 때는 환자에게 잘하는 척하다가도 보호자가 없으면 환자를 무시하고 함부로 대한다는 말을 수없이 듣곤 한다. 필자의 아내가 아플 때도 그랬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간병인으로부터 보호받기는커녕 자존심이 무참히 짖밟히고 비인간적으로 무시당하는 설움을 겪어서야 되겠는가. 더구나 오랫동안 병석에서 남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경우 참으로 난감하다. 긴 병에 효자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간병일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외국인까지 쓴다고 하겠는가. 그러나 간혹 간병인이 십수 년 동안 자녀 이상으로 밤낮으로 정성을 다해 간병했다는 훈훈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그건 행운 중 행운이다.

이 땅의 간병인들에게 감히 간청드리고 싶다. 부디 힘들어 하는 환자를 간병하려고 했다면 자기 가족을 대하듯 진심으로 정성을 다해 주기 바란다. 병환으로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환자는 얼마나 측은한가. 약자 중 약자가 바로 병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아닌가. 간병하는 일이 어렵고 궂은 일이라는 것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간병인 그들도 언젠가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가 온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고통받는 사람을 양심껏 보살펴 준다면 그것이 바로 복을 짓는 일이고 참봉사하는 일이고 보시하는 일이다.

한편 나라에서는 간병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환자를 위해 보험으로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었으면 한다. 노령 인구가 늘어가고 병으로 살아가는 기간이 길어지는 현대 사회에서 가장 시급하고 반드시 필요한 사회보장이 바로 간병인 지원제도이다. 국가에서는 간병인은 일정한 연수나 과정을 통해 공인된 자격을 받게 해야 하고 거기에 걸맞은 적절한 대우를 받게 해야 한다. 환자는 일정한 자격을 가진 간병인으로부터 좋은 보살핌과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이것은 국가가 해야 할 의무이고 책임이다. 국가가 국민을 위해 해야 할 최고, 최선의 정책은 바로 병으로부터 마지막 고통받는 우리 자신과 우리 부모 형제를 보호해 주는 일이다. 하루빨리 좋은 간병인 제도가 안착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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