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사천 우주항공청’ 그 험난한 길
[경일시론]‘사천 우주항공청’ 그 험난한 길
  • 경남일보
  • 승인 2023.04.18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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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재 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 학회장
정승재 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 학회장


어원이 한자(漢字)이기에 서로 유사한 말이긴 하지만 어감이 낯선 것들이 좀 있다. 기관이나 단체의 일반적 일을 담당하는 사람을 일컫는 총무(總務)와 간사(幹事) 직위의 경우도 그런 부류다. 비슷한 직무인데, 총무는 보편적 용어로 받아들여지는 반면, 간사는 좀 권위적이거나 일본풍의 느낌으로 다가오는게 사실이다. 실제로 정당의 신입사원에 해당하는 말직(末職)을 간사로 보임한다. 한국 정당의 사무를 총괄하는 당직을 사무총장으로 칭하는데 일본은 간사장(幹事長)으로 부른다. 또 우리 국회의 각 상임위 혹은 특별위원회 각 교섭단체 총무 기능을 수행하는 국회의원을 간사로 매김한다. 위원회 운영, 소속 정당의 법률안의 당론 도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끗발’ 있는 자리다.

월초에 ‘사천 우주항공청’, 정부 청사 유치 기대에 찬물을 안기는 법안이 발의됐다. 이름하여 ‘우주전략본부 설치법’으로 해당 상임위인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제 1야당 간사가 대표발의자다. 입법예고를 거쳐 법안에 조문되지 않았지만 경남 사천 설립을 전제한 ‘우주항공청 설치와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정부입법으로 제출된지 단 하루만의 일이다. 뜻밖의 복병에 견고한 암초라 할 만 하다. 각 부처 차관급을 위원으로 하는 지금 국가우주위원회 위상을 강화한다는 것과 사천의 우주항공청 대신 별도 기구를 설치하여 우주항공 개발을 위한 정부 조정기능을 더 원활화 시킨다는 것이 골자다. 위원장을 대통령으로, 각 부처 관련 장관을 위원으로 위촉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전향적으로 읽혀지지만 이면에 ‘사천 우주항공청’ 설립 무용이 숨겨져 있다.

공군 훈련비행단과 민간공항에 훈련기 및 전투기를 생산하는 KAI가 소재하여 ‘우주항공’ 랜드마크가 굳건한 사천에 우주항공청이 들어선다는 것은 당연지사로 여겼다. 시민의 ‘으싸 으싸’로 그 당위가 확산되었고, 마침내 지금 정권의 괄목할 공약으로 공표되었다. 정부 출범에 따라 사천 우주항공청은 대표 국정과제로 설정되었다.

그런데 세상이 그런가. 역지사지, 모든 일에는 상대가 있다. 명정승 황희는 갑순이 말도 옳고 을순이 말도 옳다고도 했다. 율곡은 양시양비(兩是兩非)란 교훈을 내리기도 했다. 법안을 발의한 야당 간사 입장으로는 우주시대를 대비한 찬란한 청사진이라 강조한다. ‘사천 우주항공청’으로 그 개정안이 폐기된다면 그의 국회의원 생명은 사실상 끝난다.

발의만 되었지 두 개 법안 모두가 상임위에 상정도 되지 못했다. 상당기간 상정되지 못할 것이다. 당장 같은 상임위에는 방송위원 선임을 두고 여야 대립이 첨예하다. 상정되더라도 처리 방향은 야당이 주도할 것이다. 상임위 의석도 야당이 절대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냉정히 살피면 사천 우주항공청이 대통령 공약이라는 엄연한 주장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미 대통령과 여당의 뒷받침은 ‘한계효용’에 이를 만큼 넘쳐있다. 야당은 대통령의 공약을 추인하는 기능이 아니다. 오히려 칼을 대는 것이 직무라면 너무 노골적일까. 야당이 키를 잡고 있다는 말이다.

다행스럽게 그 기류를 잘 간파한 당해 단체장 행보에 눈길이 모인다. 당 사무총장을 지낸 경남지사, 경남도의회 의장을 역임한 사천시장의 여야 불문한 대국회 전략적 행보가 드러나 보인다. 각각 상당수 ‘과방위’ 국회의원과 면대했다. 고무적이다. 결말은 여야 명운이 걸린 여타의 다른 핵심법안 처리와 주고받는 ‘딜’이 불가피할 경우도 있겠으나, 어떤 행태의 결실은 맺힐 것이다. 사천시를 넘어 경남의 새도약이 예약될 사천의 우주항공청, 그 장대한 프로젝트를 두고 경남도 국회의원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참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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