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 사과·배 경계대상 1호 ‘과수화상병’
[농업이야기] 사과·배 경계대상 1호 ‘과수화상병’
  • 경남일보
  • 승인 2023.04.19 15: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과나 배도 치료가 불가능한 병에 걸릴 수 있다. 이 병은 과수의 잎, 꽃, 줄기, 과일 등의 조직이 검게 말라 마치 불에 타서 화상을 입은 것처럼 보인다해 ‘과수화상병’이라 불린다. 이름만으로도 병의 위력이 느껴지는 과수화상병은 1780년 미국 허드슨벨리에서 최초 발생된 이후 약 24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뚜렷한 치료제나 예방약이 없어 장미과 식물에 있어 불치병으로 여겨진다.

‘Erwinia amylovora’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과수화상병은 사과, 배, 모과 등 장미과 39속 180여 종의 식물을 감염시키며 식물의 기공, 상처, 매개곤충 등을 통해 감염돼 나무 전체를 고사시킨다. 병징이 주로 나타나는 시기는 사과의 경우 5~8월, 배는 연중 나타난다. 이 병에 감염되면 습한 조건에서 가지, 과실 등의 조직을 통해 유출액(Ooze)으로 세균이 흘러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세균으로 이루어진 이 유출액은 달콤하고 점착성이 있어 벌, 파리 같은 곤충을 유인하고, 세균을 묻힌 곤충이 다른 건전한 꽃을 찾아 이동할 때 병이 확산된다. 궤양 부위로부터 분출된 유출액이 빗방울이나 바람을 통해 건전한 식물체의 잎, 줄기로 퍼지기도 한다. 그래서 과수화상병은 발생하고 나면 확산이 빠르고 방제도 어렵다.

과수화상병 발병 국가에서는 190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까지는 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스트렙토마이신, 구리화합물 등 항생제를 사용했다. 항생제 사용은 초기에 과수화상병 확산을 늦추는 것처럼 보였으나 농용항생제의 오남용으로 일부 국가에서 스트렙토마이신 내성을 가진 새로운 저항성 균주를 탄생시켰다. 저항성 균주 발생으로 결국 독성이 적은 대체 농약을 사용하게 되었고 더 나아가 생물적 방제, 모델링을 통해 병 확산을 방지하는 새로운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 중이다.

한국에서는 2015년 경기 안성과 충남 천안에서 과수화상병이 최초로 발생했고 2018년 이후 안성, 천안, 제천 등 인근 과수원으로 확산된 후 2020년부터는 경남, 전남을 제외하고 전국으로 확산됐다. 미발생 지역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하면 식물방역법에 명시된 ‘과수화상병 예찰 방제 지침’에 근거해 발생 과수원을 폐원 조치하고 반경 100m 이내에 병이 발생될 수 있는 장미과 식물들을 모두 매몰해야 한다.

과수화상병은 발생하고 나면 방제가 어렵고 발생 과원 전체를 매몰해야 하기 때문에 농가에 큰 경제적 손해를 일으키고, 국가적으로도 과수 산업의 기반을 흔들 수 있는 무서운 병이다. 과수화상병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경남농업기술원 병해충연구팀에서는 사과, 배의 생육기별 과수화상병 발생 모니터링 연구사업을 추진해 매년 9000점의 사과, 배 나무 시료를 분석하고 있다. 또한 원예기술팀에서는 ‘과수화상병 예측시스템’을 이용하여 약제 방제시기를 농업인들에게 문자서비스로 제공할 예정이다. 농업인들의 꾸준한 관심과 관련 기관의 지속적인 예찰로 병 확산을 사전에 방지하여 과수화상병으로부터 사과, 배 산업이 안전해지길 간절히 기대한다.

한인영 경남농업기술원 환경농업연구과 농업연구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