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도와주지 못할 망정 발목이나 잡지 말지…
[기자의 시각]도와주지 못할 망정 발목이나 잡지 말지…
  • 배창일
  • 승인 2023.04.2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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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창일 기자


거제시민들이 HD현대에 보내는 시선이 심상찮다. 껄끄러움을 넘어 단단히 미운털이 박힌 모양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3년여의 시간을 허비한 데 이어, 공정거래위원회에 네 차례에 걸쳐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이의를 제기한데다, 대우조선의 KDDX(한국형 차기 구축함) 설계도를 몰래 빼돌려 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은 사실이 지역사회에 알려지면서 대우조선 정상화에 사사건건 훼방을 놓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HD현대는 지난 2019년 대우조선을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해외 경쟁당국의 승인이라는 문턱을 넘지 못해 좌초됐다. 3년 여의 시간이 의미 없이 사라진 채였다.

문제는 한화-대우조선 기협결합 심사 과정에서 HD현대가 공정위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한두 번도 아니라 총 네 번이나 이의를 제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HD현대를 바라보는 거제시민들의 시선은 싸늘해졌다.

대우조선해양올바른매각을위한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는 즉각 기자회견을 열어 HD현대의 행태를 비난했다. 이 과정에서 HD현대는 대우조선 정상화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지역사회에 급부상했다.

여기에 대우조선이 KDDX 사업과 관련해 HD현대의 불공정 수주를 지적하며 국민감사를 청구했고, 거제범시민대책위도 시민 1만 명의 연대 서명을 모아 감사를 청구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HD현대를 바라보는 지역사회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대우조선이 새 주인을 맞아 경영정상화를 기반으로 재도약하면 지역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거제시민들의 기대와 희망을 HD현대가 막아서고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거제범시민대책위는 지난 21일 연 기자회견에서 “기업결합 심사가 해외 경쟁당국이 아닌 우리나라 공정위에 의해 지연되고 있고, 일부 세력이 이의를 제기하며 딴지를 거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방산사업의 특수성으로 인해 발생 가능성이 희박한 경쟁제한을 핑계대지 말고 한화와 대우조선 기업결합을 ‘조건 없이’ 승인하라”고 공정위에 요구했다.

HD현대에 대해서는 “억지를 부려 경쟁상대를 수주 전에서 배제시키고 도태시키려 안간힘을 쓰기 전에 자신들의 부도덕함과 불법행위를 반성하는 것이 우선이다”고 지적했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속담이 있다. 공정위와 HD현대를 바라보는 거제시민들의 심정이 꼭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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