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용두사미의 ‘K현상’은 여전히 진행 중
[경일시론]용두사미의 ‘K현상’은 여전히 진행 중
  • 경남일보
  • 승인 2023.04.25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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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모 논설위원
정재모 논설위원




시작은 요란하고 끝은 시시한 용두사미 현상이 요즘 우리 사회에 흔하다. 보통사람들 눈에 처음은 거창한데 매듭은 흐지부지 없어지는 일이 너무 많은 거다. 국민 개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랏일이 그렇다. 해서 여기다 유행따라 K를 씌워 ‘K현상’이라 불러줘도 안 될까 싶다.

최근 지면(紙面)에는 읽어도 그만, 지나쳐도 그만인 뉴스가 더러 눈에 띄었다. 필자에게 이런 뉴스 꼭지는 정진상씨의 보석 허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내년봄 총선 출마 가능설, 선거구제 개편을 토론한 국회 전원위원회의 산회 소식 따위다. 이런 뉴스는 전달자가 매기는 비중도 크지 않다. 하지만 시원(始原)을 톺아보면 그 처음은 하나같이 놀랍고 흥미진진했던 것들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최측근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지난 21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지난해 11월 19일 구속될 때 사람들은 ‘이제 대장동 의혹이 속시원히 결판이 나게 됐다’고 기대한 게 보통이었다. 그때까지 검찰이고 언론이고 온통 정진상만 잡아넣으면 이재명 대표가 대장동 사태와 직접 관련된 사실이 빼도박도 못하게 드러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난 5개월 동안 그를 가둬놓고 벌인 수사의 결과는 시원치 못한 성싶다. 이제 그를 석방했으니 ‘그분 것’이라는 428억원의 진짜 주인 가리는 일은 뱀 꼬리가 되는 건가.

조국 전 법무장관은 지난 19일 전주에서 연 북콘서트에서 내년봄 총선출마 여부를 묻자 ‘지금으로선 말하기 좀 곤란하다’고 했다. 질문과 답변이 보통사람들에게는 놀랍다. 지난 2월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당당히 바깥 활동을 하고 있는 게 우선 의아하다. 대법원까지 결론이 나야 형이 확정되는 것 등등 그 절차나 과정이야 보통사람들이 잘 모를 일이겠다. 그렇다 하더라도 모든 형사재판에서 1~2심 판결은 모두 대법원 최종심 때까지 아무것도 아닌 건지 의아스럽다. ‘조국 전 법무장관이 실형을 받았다’고 태산이 무너지는 듯 나라 안이 요란하더니 1심 판결만으로는 교도소 가는 게 아니었던가 보다. 사람들이 낯설어 한다.

국회의원 선거구제 개편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전원위원회가 기대 속에 열렸다가 지지난주 막을 내렸다. 국회의원 전원이 회의 참석 멤버가 되는 비 상설 회의체다. 20년 만에 열려 1주일간 여야 의원 100여 명이 토론을 펼쳤다고 한다. 하지만 도출된 결론은 그야말로 1도 없다. 중·대선거구로 가자느니, 비례대표 수를 늘리자느니, 없애버리자느니, 의원 정수를 50명쯤 늘리자느니, 200명 선으로 줄이자느니 떠들던 처음 소리는 이제 잠잠하다. 전원위원회가 막을 내린 후 열흘이 지나도록 그 후속조치는 감감무소식이다. 국회의장이 당초 선거법 개정을 마무리하고 4월엔 선거구 획정을 마치겠다더니 지금 4월이 떠내려가는 시점에 와 있다. 국회의장은 또 6월까지를 합의 시한으로 내거는 모양이다. 국민 우롱이라고 여기는 시각이 많다.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의혹 수사는 지난 수 년 날만 새면 판이 커져왔지만 그 끝이 희미하다. 1년 전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만 해도 사람들은 ‘이제 수사도 좀 시원하게 진행되게 생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던 그 범죄자는 쉽게 드러날 것 같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제 대장동, 50억 클럽, 김만배 하는 따위 낱말들이 사람들에게 지루한 감마저 주고 있다. 처음 수사가 활기를 띨 때 누군가 하루아침에 아작이 나도 크게 나지 싶던 의혹 수사였다. 뒷심이 약한 걸까. 처음부터 없는 죄를 뒤집어씌우려 했다는 주장이 혹 맞는 말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그러지 않고서야 온 수사력을 집중하여 파고들고도 결과가 이처럼 밍밍할 수 있는가. 이 답답한 ‘K현상’은 오늘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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