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곳곳을 다니다 보면 정당 현수막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여야는 상대를 겨냥해 비방 일색의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대통령을 매국노라 하고, 야당 대표를 범죄자라고 하는 등 원색적이고 인신공격성 현수막이 무분별하게 난립하고 있다. 아이들이 이 같은 현수막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 지 심히 우려된다.
지자체 허가를 받아 지정된 게시대에만 설치됐던 정당 현수막이 거리마다 넘쳐나기 시작한 때는 지난해 12월부터다.
여야는 지난해 5월 정당 활동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해야 한다며 정치적 현안에 대한 현수막은 사전 신고나 허가 없이 수량과 규격 제한도 받지 않고 원하는 곳 아무 데나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합의 처리했다. 이 옥외광고물법 개정법안은 12월부터 시행됐다.
또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하고,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는 등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도시미관 훼손은 물론 현수막 폐기물 처리 문제도 야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폐단을 바로잡기 위해 여야은 이달초 정당 현수막 관리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한 의원은 “정치하는 사람도 혐오스러울 지경인데 국민들은 얼마나 더 혐오스럽겠느냐. 우리가 만든 덫에 우리가 걸린게 아닌가”라며 법 재개정을 촉구했다.
뒤늦게 행정안전부는 정당현수막 설치관리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마련해 이번주부터 적용한다. 2m 위로 게시하고 정당별로 읍면동에 1개씩만 게시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데다가 구체적인 단속 지침이 없어 정당 현수막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을 지 의문이 든다.
정당 현수막 난립을 막기 위해서는 구속력 있는 법령 개정 추진이 필요하다. 현수막 개수와 내용, 글씨 크기와 개수, 금지 장소 등을 구체적이고 합리적으로 규정하고, 상대 정당의 비판보다는 자당의 정책 소개나 홍보 중심으로 현수막을 제작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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