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98]
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98]
  • 경남일보
  • 승인 2023.04.27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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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잇벌, 흙비
지지난 이레끝(주말)에 전주에 있는 따숨지역아동센터 사람들이 우리 고장 진주에서 펼치고 있는 토박이말 살리기를 몸소 배우러 나들이를 왔었다는 기별을 보신 분들이 계시지 싶습니다. 앞으로 더 자주 오가면서 서로 힘과 슬기를 모으기로 한 만큼 더 많은 일을 하게 될 테니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따숨 사람들의 토박이말 나들이와 아랑곳한 토박이말 ‘나들잇벌’부터 알려 드립니다.

‘나들이’라는 말도 알고 계시고 ‘벌’이라는 말이 옷을 셀 때 쓰는 말이라는 것도 알고 계시기 때문에 ‘나들잇벌’이 ‘나들이를 갈 때 입는 옷’ 쯤으로 어림하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말집(사전)에서 나들잇벌을 ‘나들이를 갈 때 입는 옷과 신발을 싸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으니 거의 맞춘 거나 다름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나들이 갈 때 입는 옷은 ‘나들이옷’, 신는 신은 ‘나들이신’, 그리고 이런 것들을 다 싸잡아서 나들잇벌이라고 하는 겁니다.

좀 더 나아가 우리말 ‘나다’의 ‘나’와 ‘들다’의 ‘들’을 더해 ‘나들이’라는 말을 만들었다는 것을 알면 ‘나들목’도 알 수 있고 ‘난벌’, ‘든벌’이라는 말도 그 뜻을 어림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앞서 여러 해 앞에 이 꼭지에서 알려드린 적이 있는 ‘난바다’, ‘든바다’의 뜻도 바로 알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고구마 줄기를 당기면 줄줄이 달려 나오는 고구마처럼 토박이말 하나를 알면 그 말과 이어지는 여러 가지 말들을 알 수 있어 좋다고 생각합니다.

말이 나온 김에 난벌, 든벌, 난바다, 든바다를 되새겨 보겠습니다. ‘나다’가 들어간 ‘난벌’은 ‘나들이할 때 입는 옷이나 신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나들잇벌과 같은 뜻입니다. ‘실내복’에 맞서는 말인 ‘외출복’과 같은 뜻이니까 ‘외출복’을 써야 할 때 떠올려 쓰실 수 있을 것입니다. 든벌은 ‘집 안에서만 입는 옷이나 신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인데 뒤 흔히 집 안에서 입는 옷을 실내복이라고 하는데 실내복을 갈음해 쓸 수 있는 말입니다.

난바다를 말집(사전)에서는 ‘육지로 둘러싸이지 아니한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말로 ‘원양(遠洋)’, ‘원해(遠海)’가 있고 날씨를 알려 줄 때 자주 듣는 ‘먼바다’도 비슷한 뜻으로 쓰는 말입니다. ‘든바다’는 말집(사전)에서 ‘육지로 둘러싸인 육지에 가까운 바다’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말로 내양(內洋), 내해(內海)가 있습니다. 이를 볼 때 ‘원양’, ‘원해’라는 말을 써야 할 때 ‘난바다’를, ‘내양’, ‘내해’라는 말을 써야 할 때 든바다를 갈음해 쓸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요즘 나들이를 가려고 날씨를 알아보면 꽃가루도 꽃가루지만 황사와 함께 미세먼지가 많다는 기별을 많이 보실 겁니다. 황사와 뜻이 비슷한 토박이말로 ‘흙비’라는 말이 있습니다. ‘바람에 날려 올라갔던 모래흙이 비처럼 땅으로 떨어지는 것을 뜻하는 말’로 흙이 비처럼 온다는 말입니다. 참 멋지게 빗댄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세먼지라는 말도 미세(微細)+먼지의 짜임으로 된 말인데 ‘미세하다’가 ‘아주 작다’는 뜻하니까 토박이말 ‘자잘하다’와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미세먼지는 ‘자잘먼지’라고 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다듬어 쓰고 있습니다.

나들이를 가실 때 나들잇벌도 챙기시고 ‘흙비’는 없는지, 자잘먼지는 어떤지 살펴보시고 길을 나서시기를 바랍니다.

㈔토박이말바라기 늘맡음빛(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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