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  ‘낭충봉아부패병’ 무서워하지 마세요
[농업이야기]  ‘낭충봉아부패병’ 무서워하지 마세요
  • 경남일보
  • 승인 2023.05.0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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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벌(Apis cerana)은 인도가 원산지로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와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 주로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고구려 주몽시대(BC 58~18)에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와 정착된 것으로 전해지며, 일본서기(日本書紀, 720)에는 643년에 백제의 양봉기술이 일본으로 전수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또한 삼국사기에도 양봉에 관한 기록이 남아 있으며 약 2000여 년 동안 서식하고 있는 우리의 고유종이다.

토종벌의 여왕벌과 수벌은 진한 흑색을 띠며 일벌은 서양종에 비해 체구가 작으며 몸 전체가 흑회색을 띠고 배의 환절에 흰 털의 띠가 있다. 토종벌은 행동이 민첩해 말벌류 등 외부의 공격에 피해가 적지만 환경 변화에 민감하고 성질이 예민해 생육조건이 좋지 못하면 벌통을 버리고 도망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서양종 꿀벌에서 흔하게 보이는 부저병과 응애의 기생률은 극히 낮아 병해충 방제 노력이 없어도 사양관리가 가능하지만 벌집부채명나방의 유충인 소충과 ‘낭충봉아부패병’에 취약하다. 특히 낭충봉아부패병은 벌 유충에서 발생하는 바이러스 질병으로 토종벌의 에이즈라고 불리는 데 1980~90년대 동남아시아와 중국에서 큰 피해를 주었다. 우리나라는 2008년에 처음으로 발생해 2010년에 토종벌의 90%이상이 폐사되었다.

낭충봉아부패병은 바이러스(Sacbrood Virus, SBV)에 의해 감염되며 부화기부터 유충이 번식하는 봄에서 여름사이에 주로 발생한다. 감염된 유충들은 초기에 회색빛을 띠었다가 점차 노란색에서 갈색으로 변하며, 후기엔 거의 검게 변하고 부패한다. 감염 초기에는 몸 속에서 물집처럼 액이 가득 차면서 전체적으로 약간 부풀어오르다가, 서서히 쪼그라들며 외피가 단단하게 굳어져 결국 번데기가 되지 못하고 말라 죽는 무서운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낭충봉아부패병은 제2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돼 이동제한 조치 및 주변에 있는 다른 벌통도 살처분(소각처리) 해야 되므로 농가에게 금전적인 피해를 준다.

농촌진흥청에서는 낭충봉아부패병에 저항성이 있는 벌을 계통 선발해 경남도를 포함한 지역적응시험을 통해 한라벌이라는 품종으로 등록했고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한라벌은 낭충봉아부패병에 저항성이 있고, 분봉성이 약하며 수밀력 및 화분수집능력, 봉군발육이 우수하다. 향후 이 낭충봉아부패병에 저항성이 있는 한라벌의 보급으로 토종벌 사육농가들의 시름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아울러 저항성 한라벌의 보급이 우리나라 양봉산업에 있어서 큰 전환점이 되겠으나, 우리나라는 밀원식물의 분포면적이 제한돼 있어 내가 키우고 있는 벌의 먹이는 내가 챙긴다는 마음으로 봉장 주변에 벌들이 좋아하는 밀원식물을 심어 벌들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것도 양봉농가의 의무이자 우리나라의 양봉산업 발전의 기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김종원 경남농업기술원 유용곤충연구소 잠사양봉담당

김종원

경남농업기술원 유용곤충연구소 잠사양봉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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