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기 논설위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2일 농지법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 하고, 오는 6월 21일까지 국민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주요 내용을 보면 농막규격을 농지면적별로 세분화하고, 농막 야간취침 제한, 농막의 휴식 공간 제한 등이 핵심이다. 농막규격 세분화는 농지 쪼개기 같은 편법으로 소규모 농지에 마구잡이 설치하는 농막을 단박에 해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농지면적 660㎡ 미만은 7㎡, 660~1000㎡ 미만은 13㎡로 농막 크기를 제한했다. 1000㎡ 이상 농업인으로 등록된 경우는 종전처럼 20㎡로 변함없지만, 데크 테라스 다락 정화조도 연면적에 포함시키도록 해 실 사용 공간은 축소된다.
농막을 전원주택이나 세컨드 홈, 숙박시설로 활용하는 사례를 막을 요량으로 농막 야간 취침 제한과 주민등록 전입제한 카드를 빼들었다. 농막은 반드시 휴식공간으로만 활용하고 야간에 잠을 자서는 안 된다. 농작업 중 휴식을 위한 공간도 전체 바닥면적의 25%로 제한하고, 그동안 일부 모호했던 규정을 구체화 시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규제중심의 농지법만 붙들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이제는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가령 지난 2021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치유농업법이나 농촌 살리기 정책까지 고려해서 접근한다면 이처럼 단순한 대책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농업은 전통적인 먹거리 생산을 넘어 국민의 건강회복, 유지증진을 위해 활용되는 추세를 반영하듯 이미 관련법까지 만들어 놓고도 농지법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반영하지 않고 있으니 따로국밥이 따로 없다.
농막이 농막답지 않고 호화로워지고 별장처럼 사용되니 볼썽사나워 꼴 보기 싫고 농지를 훼손한다는 여론에만 매몰된 시각 보다 근본적인 농촌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농촌공간을 농업치유 공간으로 접근한다면 여러 가지 창의적인 방안이 나올 수 있다. 단순한 농막규정 위반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사람이 없어 소멸되고 있는 농촌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은퇴자와 도시민의 소박한 농촌로망이 농촌 유동인구 또는 관계인구의 증가를 가져왔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는 현실은 자연발생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이를 법규만의 잣대로 규제를 하는 순간 긍정적인 부분은 몽땅 사라지고 불법천지로 변하고 만다. 농촌공간을 농업 용도에만 지나치게 집착해서 제한하기보다 여가와 휴식 치유의 공간을 확대해서 접근하는 것이 옳다. 설치나 사용규제는 완화하되 환경파괴와 상업적 이용에 대한 대비와 처벌규정, 범죄예방과 감시기능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6평 작은 공간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실익은 결코 적지 않다. 주말 가족과 함께 텃밭 가꾸며 잠시나마 치유할 수 있는 숨구멍을, 꼭 숨통 조이 듯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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