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오월에 나눠 먹는 떡
[경일춘추]오월에 나눠 먹는 떡
  • 경남일보
  • 승인 2023.05.15 15: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병만 은하수초등학교장
이병만 은하수초등학교장

 

사랑과 감사를 전해야 할 기념일이 참으로 많은 5월이다. 대통령령으로 정한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을 보니 9개의 기념일이 있다. 게다가 본교는 개교기념일도 5월에 있다. 이러한 오월을 맞아 학생들에게 어떻게 5월의 의미를 지도할까 하는 것은 항상 고민이다. 무조건적 사랑과 감사보다는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적이고 참신한 계기교육은 어떤 게 있을지 늘 고민한다.

필자는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해야 할 대상으로 지금 내 곁의 친구, 나를 낳고 길러주는 부모님, 자신의 성장을 도모하는 선생님을 이야기 한다. 내 곁의 사람부터 챙기자는 뜻이다.

지난해 개교한 본교는 올해가 돌배기다. 교직원들의 숙의 끝에 첫 돌 축하와 더불어 어린이 날과 스승의 날을 함께 축하하는 뜻으로 전교생에게 떡을 돌렸다. 종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떡에는 반듯함(송편, 쑥떡, 가래떡 등), 건강 기원(백설기, 수수팥떡 등), 화목한 부부(인절미, 절편, 봉치떡 등), 풍요 기원(무지개떡, 기미떡, 달떡 등) 등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방송조회를 통해 학생들에게 그 의미를 설명하고 떡을 나눠 먹은 것이다. 만나는 학생들이 ‘떡 맛있게 먹었다’는 인사를 하는 걸 보니 반응도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다.

우리가 어렸을 적에는 집에서 손수 시루떡을 쪘다. 가족들만 먹으려는 것은 아니었다. 가족들도 먹되 이웃에게 나누고 돌렸었다. 이사 갈 때나 혹은 백일 돌 입학 졸업 결혼 등등, 집안에 크고 작은 경사가 생기면 으레 떡을 만들어 이웃에게 돌리곤 했다.

좋은 일에 더 좋은 일이 넘친다는 뜻으로 ‘밥 위에 떡’이란 말이 있다. 예로부터 잔칫상에는 항상 떡이 있었고, 고기에 술을 곁들인 잔치 음식을 배불리 먹고 난 후에도 후식으로는 떡이나 약과를 먹어야지 코스메뉴가 완성된 느낌이다.

기원전 10세기 낙랑의 유적에서 청동이나 토기로 만든 시루가 발굴된 것을 보면 그 전부터 떡을 만들어 먹었을 가능성이 크다. ‘떡’이라는 말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주장이 있지만 교육적으로 ‘덕(德)’이 떡이 됐다는 설에 마음이 더 끌린다. 예나 지금이나 혼자 먹으려고 떡을 하는 사람은 없으니 말이다. 떡은 좋은 날 여러 사람들과 함께 나눠 먹기 위해 만드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 온 우리의 전통이다. 학교 개교기념일을 자축하며, 떡 하나라도 나눠먹는 우리의 전통문화도 배우고 사랑과 감사도 전했으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