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횡천 애치마을 벽화 조성 주도한 남기두씨
하동 횡천 애치마을 벽화 조성 주도한 남기두씨
  • 최창민·김윤관
  • 승인 2023.05.1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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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정 많았던 마을 옛 명성 되찾고파”
관공서 출향인사 한마음 모금 통해 환경개선
출산율 저하로 지역소멸이 가속화 하고 있는 가운데 하동의 한 마을이 1970년대 새마을운동에 버금가는 환경정비를 시행해 떠났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되찾고 있어 마을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하동군 횡천면 애치(쑥재·艾峙)마을은 최근 각 집의 담장마다 아름다운 벽화를 그려 넣어 환경이 한결 밝아지고 주민들도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 마을 벽화 그리기 사업은 아름답고 정이 넘치는 고향이 사라지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마을 출신 남기두(56)씨가 발 벗고 나서면서 성사됐다.

지난해 말부터 관련 예산을 확보하고 벽화그릴 단체를 섭외하는 등 헌신과 봉사로 안길 담장 20여개에 벽화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남씨가 이처럼 환경개선으로 벽화작업을 하게 된 것은 1970년대 50가구 400명에 달해 활기가 넘쳤던 애치마을이 지금은 하나둘씩 떠나, 50여명으로 줄어 고향이 사라질 위기에 봉착했기 때문.

남씨 자신, 진주에서 생업에 바쁘지만 이웃들을 돌아오게 하는 묘안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마을환경을 개선하자고 마음먹었다. 나이가 들수록 고향을 생각하게 되는 이른바 ‘수구초심’ 본능에 기대한 것이다.

7년 전 남씨 어르신이 거주하던 집에 벽화를 그렸던 것이 호응이 있어 이를 마을 전체로 확대하자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벽화작업에 필요한 예산과 봉사인력 확보가 발목을 잡았다. 그때부터 남씨는 면사무소와 하동군청 문을 두드리고 군의원을 만나는 등 예산확보에 전력했다. 녹록치 않았지만 강희숙 군의회 부의장과 최영옥 면장 지역 농협장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처음에는 데면데면하던 주민들과 관계자들은 남씨의 진정성과 열정에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뜻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 군청과 면사무소, 횡천농협의 협조가 이어졌고 사업비가 마련되기에 이르렀다. 특히 이 같은 소식에 박용환 이화기 등 출향인사 80명도 모금에 동참했다. 하승철 군수도 힘을 보탰다.

예산을 해결한 남씨는 주말인 지난 13일부터 벽화작업에 들어갔다.

작업에 참여한 봉사자들은 진주하나회, 경상국립대 해피빌더스, 라바르떼화실 회원 등 40여명으로 이들은 이틀간에 걸쳐 담장에 벽화 20여개를 그려 마을환경을 새롭게 바꿔놓았다. 벽화작가로 유명한 이상빈(82)씨 작품은 일정의 제작비용이 들었다

이날 작업이 끝 난 뒤에는 주민들과 참여자들이 함께 음식과 환담을 나누며 마을환경개선사업을 자축했다.

남씨는 이 과정에서 “뭣 하려고 이런 고생을 사서 하느냐”는 비난도 들어야했다. 하지만 마을 환경이 바뀌고 난 후에는 모두들 한결같이 “잘했다”며 칭송을 보냈다.

그는 “어르신 한분이 ‘이 마을 탄생 이후 가장 기쁜 날이다’라고 격려해주셔서 그동안 고생이 눈녹듯 사라졌다”면서 “어려웠지만 자부심과 보람을 느낀다”고 만족해했다.

현재 애치마을에는 떠났던 이웃들이 귀농귀촌하면서 기존 45여가구에서 5∼7가구가 늘어나 50여가구를 유지하고 있다.

남씨는 “이 일이 성사되도록 도움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면서 “앞으로도 환경개선작업을 지속해 다시 찾는 고향, 그래서 마을이 활성화돼 ‘아름답고 정많았던 곳’이라는 옛 명성을 되찾는데 미력이나마 돕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창민·김윤관기자

 
하동군 횡천면 애치마을 담장에 대형 벽화가 그려져 환경이 한층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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