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생명과 온도
[과학칼럼]생명과 온도
  • 경남일보
  • 승인 2023.05.2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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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홍 전 김해교육장
성기홍 전 김해교육장


가끔 온도와 열을 같은 용어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둘은 다르다. 온도는 측정 단위이며 열은 측정 대상이다. 열을 수치화한 것이 온도이며 열은 에너지가 높은 온도에서 낮은 온도로 이동하는 현상이다. 열역학에서 말하는 온도의 정의는 분자의 운동 에너지의 평균을 통계로 나타내 수량화한 것이다. 분자의 운동 에너지량이 온도를 결정하므로 분자 운동이 멈추는 상태의 하한선인 절대영도가 있다. 이 절대영도란 켈빈척도(K)로 표현되는 온도 체계로서 섭씨온도로는 -273.15도 이다. 그러나 최고 온도는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지 알 수 없기에 합리적 추정이 가능할 뿐이지만, 우주의 최고 온도에 대한 가장 정직한 답은 플랑크 온도인 142노우닐리온(1.42×1032) 켈빈(K)이다. 이것이 현대 입자물리학 표준 모델에서 허용하는 최고 온도다. 절대영도는 입자들이 운동을 완전히 멈추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절대영도보다 더 낮은 온도로 내려간다는 것은 지금까지 불가능하다고 여겨져 왔다. 원자에서 아무리 에너지를 빼앗아 낮은 온도를 만들어도 그 원자들에 아주 약간의 에너지는 존재하기 때문에, 열역학의 관점에서 볼 때 이는 절대 온도 영도보다 더 높은 에너지를 가진 상태, 즉 약간 더 뜨거운 상태임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최고 온도와 최저 온도의 차이는 엄청나지만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체가 생존할 수 있는 온도의 차이는 백도가 채 되지 않으며, 쾌적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온도는 10도 내외의 아주 좁은 범위이다. 사람이 살고있는 체온조절의 부담이 가장 적은 최적 온도는 18도 정도이며, 15.6~20도 정도에서 쾌적함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지구 탄생 이후 빙하기와 간빙기 때 지구 온도 변화는 만년에 걸쳐 약 4도 정도 변화했다. 반면 산업혁명 이후 130여 년(1880~2012년)간 지구 연평균 기온은 0.85도 상승했으며, 지구 평균 해수면은 19cm 상승했는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제 5차 평가 종합보고서(2014)를 통해 21세기 기후변화의 가속화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우리의 과열된 지구는 더욱더 더워지고 있다. 유엔(UN) 산하 기구 ‘세계기상기구(WMO)’는 2027년 안에 지구 평균 기온이 66%의 확률로 1.5도 기준점을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1.5도 기준점’ 돌파란 전 세계 평균 기온이 산업화로 인해 화석연료 배출량이 실제로 증가하기 시작하기 이전인 19세기 후반보다 1.5도 더 올라간다는 의미다. ‘엘리뇨’란 무역풍이 약해져 아메리카 대륙에선 따뜻한 해수가 지속되고 차가운 해수 용승이 약해는 현상을 말한다. 인간 활동으로 인한 탄소 배출과 올해 말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엘니뇨’로 인해 그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엘니뇨’ 현상이 발생하면 지구의 온도는 약 0.2도 상승하며, 반대로 ‘라니냐’일 때는 약 0.2도 떨어진다. ‘엘니뇨’에서 온해수가 더 멀리 퍼지며 지표면에 더 가까이 머무르기 때문이다. 다행하게도 지난 3년 동안 적도 부근 열대 태평양에선 무역풍이 강해져 동태평양 수온이 떨어지는 현상인 ‘라니냐’가 발달했다. ‘라니냐’는 기후 온난화를 어느 정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지구의 기온과 강우량은 열대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변하는 ‘엘니뇨-남방진동(ENSO)’ 주기의 영향을 받는다. ‘엘니뇨’와 ‘라니냐’는 서로 정반대이지만 전 세계 날씨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지난 2015년 전 세계는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고자 “노력을 다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파리기후협정에서 정한 해당 기준점이 완전히 돌파됐다고 말하기 위해선 20년간 줄곧 평균 기온 상승폭이 1.5도 이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년간 매년 해당 기준점을 초과할 경우 폭염 일수가 길어지고 폭풍과 산불이 더욱 강해지는 등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재앙은 더 큰 피해를 끼칠 전망이다.

지구 탄생 이후 지금까지 가장 큰 5번의 멸종이 발생했다. 지금도 하루 평균 약 30~70종 정도의 생물 종들이 빠른 속도로 멸종되고 있다. 이런 속도라면 1년이면 적어도 1만종 이상의 생물 종들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된다. 현재 추정되는 생물 종의 수는 약 1000만 종에서 1억 종 정도이다. 이 수치는 짧게는 1000년이면 지구상의 모든 종들이 멸종돼 사라지게 되고, 길게 보아도 1만 년이면 모든 생물 종들이 전멸하게 될 위험이 있다. 이들 멸종의 궁극적인 원인은 기후 변화였다. 큰 저수지의 댐도 작은 구멍에서부터 시작하여 댐이 무너질 수 있다. 아직은 기후 변화로 인한 생명 멸절을 막을 수 있다. 자연에 순응하며 살 수 있는 지혜를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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