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오락가락해서 몸이 날씨에 맞추기 어려운가 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때 아닌 고뿔에 걸려 힘들어 하니 말입니다. 춥다는 말을 입에 달고 있다가 갑자기 더워지니 짧은 옷을 입었는데 또 추워지기를 되풀이하니 그럴 만도 합니다. 그리고 엊그제는 흙비(황사)가 온 나라를 뒤덮어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요즘 같은 날씨에 몸을 잘 챙기시기 바란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우리 토박이말도 좀 잘 챙기자는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제가 이 꼭지에서 누구나 알기 쉬운 말을 썼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여러 셈 드렸기 때문에 글을 보시는 여러분도 잘 아실 거라 믿습니다. 무엇보다 어린 아이들도 알 수 있는 말이 쉬운 말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 어른들은 그걸 잘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저는 토박이말을 살리는 지름길 가운데 하나가 어릴 때부터 토박이말을 넉넉하게 가르치고 배우도록 하는 거라고 굳게 믿고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치원 아이들이 배우는 갈배움길(교육과정)을 보고 유치원부터 토박이말을 가르치고 배우는 길을 얼른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본 유치원 아이들의 갈배움길(교육과정)에 나온 말 가운데 가장 먼저 들어온 말은 ‘지문(指紋)’이라는 말입니다. 갈배움 벼름소(교수-학습 주제)가 ‘내 몸과 마음’이고 내 몸에 있는 ‘지문’을 가지고 꾸미기를 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어린 아이들에게 지문(指紋)이라는 말을 바로 가르친다는 게 저로서는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좀 더 쉬운 말로 가르치고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잘 아시다시피 지문(指紋)은 한자말로 ‘손가락 지(指)’에 ‘무늬 문(紋)’이니까 그대로 뜻을 풀어도 ‘손가락무늬’입니다. 아마 아이들이 ‘지문’이 뭐냐고 물으면 ‘손가락에 있는 무늬’라고 다들 풀이를 해 줄 것입니다. 말집(사전)에도 ‘손가락무늬’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렇게 ‘손가락무늬’라는 토박이말을 두고 어린 아이들에게 지문이라는 말을 먼저 가르쳐야 할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린 아이들한테는 ‘손가락무늬’라는 토박이말부터 가르치고 그렇게 쓰다가 뒤에 지문(指紋)이라는 한자말도 있고 잉글리시, 영어로는 ‘핑거프린트(fingerprint)’라는 것도 알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아이뜰, 유치원에서는 ‘손가락무늬로 꾸미기’라는 말을 쓰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어린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들려주는가에 따라 아이들이 자라 쓰는 말이 달라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 유치원 교육과정이 그렇게 되도록 힘을 쓸 생각입니다. 유치원 교육과정부터 토박이말을 넉넉하게 가르치고 배울 수 있도록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이 함께 힘과 슬기를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