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만 은하수초등학교장

연일 매스컴을 통해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로 인한 안타까운 소식들이 들려온다. 민식이법 등 각종 법률 규제를 통해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를 강화하고는 있지만 등굣길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학교의 온전한 일상회복 추진으로 교육활동이 본격 정상화됨에 따라, 학교주변 공사현장의 학생안전 및 학습권 침해 우려도 증가되고 있다. 교통사고분석시스템 자료에 의하면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고건수도 해마다 증가하는 경향이다.(2017년 464건 → 2021년 523건)
지난 스승의 날 아침, 교통지도를 마치고 학교로 들어가려는 데 실버폴리스 할머니 한 분이 나를 불렀다. “스승의 날이라고 한 학생이 자신에게 줬다”며 나에게 편지를 보여주셨다. 편지를 읽어보니 ‘실버폴리스 선생님 덕분에 안전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실버폴리스 활동을 하며 이렇게 기쁘고 행복한 날이 처음이다”라며 더없이 환한 표정으로 나에게 자랑을 하셨다.
본교 학생들의 등굣길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그래서 필자는 한달씩 교통지도 장소를 바꿔가며 등굣길 아침맞이를 한다. 한곳에서만 하다보면 다른 길로 등교하는 아이들이 혹시나 서운해 할까하는 노파심에서다. 5월이 되며 4월에 교통지도를 하던 곳에서 다른 횡단보도로 장소를 바꾸었다. 그런데 늘 엄마 손을 잡고 등교하던 1학년 학생 한 명이 내가 옮긴 곳으로 등교하는 것이었다. 어머니께 오늘 아침엔 다른 길로 오신다며 혹시 이사하셨냐고 물었더니 아이가 교장선생님이 서 있는 곳으로 가자고 해서 등굣길을 바꿨다는 것이었다. 등굣길 안전도 챙기고, 아이들의 마음도 얻을 수 있으니 더더욱 행복한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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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아이의 맑은 눈도 그걸 제대로 알아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