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밭에서 굴러도 이승이라는 얘기겠지
내딛는 발끝마다
툭툭
-조영학 번역가의 ‘꽃길’
외부 세계와 단절된 마을 사람들은 자급자족을 삶의 기본으로 한다. 식량을 훔친 자는 마을 구성원들에 의해 가족까지 생매장된다. 겨울에 태어난 아들은 논두렁에 버리고 여자아이는 소금과 맞바꾼다. 집안의 노인은 70세가 되면 나라야마 산에 가서 죽음을 기다려야 한다. 69세의 오린은 천렵을 할 수 있을 만큼 정정하지만, 겨울이면 죽음의 산으로 가야 한다. 효심이 깊은 장남 다츠헤이도 겨울 먹거리가 부족한 마을의 규율을 어길 엄두는 내지 못한다. 인간의 생존에 대한 본능적 원시성은 죽음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자연적 과정일 뿐임을 암시하는 영화 ‘나라야마 부시코’의 스토리이다.
저 꽃길 위의 요양원도 현대판 나라야마다. 다만 생존에 대한 본능의 원시성을 벗어났을 뿐, 현대판 식량을 벌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자식들은 부모를 보살필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현대판 다츠헤이들은 저 꽃길이 아프다. 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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