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섬마을 선생님, 타임라인을 따라가 본다
[경일춘추]섬마을 선생님, 타임라인을 따라가 본다
  • 경남일보
  • 승인 2023.06.11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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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섭 경남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김광섭 경남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최고보다는 최선을, 경험이 최선이자 최고다.” 필자는 종종 학교스포츠클럽 대회에 참가하는 학생과 선생님에게 이 말로 격려하곤 한다. 이 대회는 건전한 스포츠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전인적 성장을 위해, 2007년부터 개최된 중요한 학교체육활동이다. 특히 대회에 참가한 학생과 교사는 공정·협동·도전이라는 스포츠의 인문학적 가치를 몸소 느끼며, 스스로 한계를 극복하는 끈기는 물론, 함께하는 성장과 같이 가치의 소중한 기회도 총체적으로 경험한다.

최근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도 티볼종목에서 지역 예선 참가를 위해 몰입하는 모습을 봤다. 그들을 문득 20년 전 섬마을 교사(사량초)로 지냈던 특별한 추억이 떠올랐다. 당시 섬마을 교사 시절의 나를, 지극히 주관적으로 타임라인을 따라가 본다.

당시 필자는 학생들에게 특기·적성교육으로 검도를 지도했다.

6개월 후 통영, 마산, 김해 등 각종 대회에 출전했다. 우리는 섬마을 학교 출전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신나 있었다. 첫 검도대회 출전의 날. 정작 한 학부모는 이런 부탁을 했다. “선생님예! 이기는 거 너무 애쓰지 말고예, 우리 아, 목욕 좀 시키주이소, 머리 좀 이삐게 깎아가 델꼬 와 주이소, 시내 구경도 마이 시켜 주이소…” 이 얼마나 맑고 신박한 학부모의 부탁인가.

그렇게 1박 2일, 도시문화체험을 겸한 검도 대회가 끝난 저녁, 학부모들은 직접 잡아 온 자연산 회, 해산물로 가득한 상을 앞에 두고 도시문화체험을 겸한 검도 대회 이야기꽃을 활짝 피웠다. 섬마을 학부모의 순박함과 나의 순수한 열정의 하모니가 아닌가 싶다. 비록 대회에서 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오늘따라 유독 운동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티볼을 지도하는 선생님을 보며 과거의 나의 교직 생활과 오버랩 된다. 산들바람이 불 듯 청량하고 시원한 기분이다.

학교는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다. 운동장에서 뛰노는 천진한 아이들, 학교 스포츠클럽 대회 참가 및 우승을 향한 학생들의 끈기와 도전, 그 중심에서 교사로서의 사명에 온전히 집중하는 선생님 등 저마다 다른 방식의 성장 공동체이지만, 공정·협동·도전이라는 스포츠의 인문학이 서로에게 연결되는 현장이 오늘따라 유독 싱그럽고 또 싱그럽다.

본 필자의 글로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을 돕는 다양한 체인지(體 仁 知) 교육 활동이 교사-학생 간 특별한 추억이 있는 저마다의 이야기꽃들로 만개할 교육 정원이 되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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