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01]
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01]
  • 경남일보
  • 승인 2023.06.1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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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해보기
지난 6월 5일은 환경의 날이었습니다. ‘환경의 날’은 1972년 6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엔인간환경회의’에서 국제사회가 지구환경보전을 위해 공동 노력을 다짐하며 제정한 날인데 우리나라에서도 1996년부터 법정기념일로 제정해 기리고 있습니다. 해마다 환경의 날을 앞뒤로 우리 환경을 지키자는 뜻으로 마련한 여러 가지 행사들이 있습니다. 올해도 곳곳에서 많은 일이 있을 것이고 많은 분들이 함께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 환경을 깨끗하게 지키고 가꾸어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일은 우리 모두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좋은 일을 하면서 쓰게 되는 말 가운데 우리말 환경을 어지럽히는 것을 볼 때 저로서는 많이 안타깝습니다.

아무래도 오늘날 환경 운동이 전 세계에서 함께 진행되다 보니 쓰는 말도 다른 나라말이 많습니다. 그런 것을 저도 모르는 바가 아닙니다. 여러분들도 많이 들어보셨을 제로 웨이스트, 그린워킹, 노라벨 챌린지와 같은 말을 볼 때마다 그 말을 어쩔 수 없이 써야 된다면 쓰되 우리말로도 다듬어 쓰는 일에도 마음을 쓰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환경 운동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서 쓰는 ‘챌린지’라는 말을 다듬어 써 보자는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챌린지’가 잉글리시(English) ‘challenge’ 에서 온 것이고 흔히 ‘도전’이라는 말로 뒤쳐(번역해) 쓰고 있습니다. ‘도전(挑戰)’도 말집(사전)에는 첫째 ‘정면으로 맞서 싸움을 걺’이라는 뜻이 있다고 하고 둘째 ‘어려운 일의 성취나 기록 경신 따위에 나서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는 두 가지 뜻이 있다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싸움을 걸다는 뜻도 있고 뭔가 어렵거나 새로운 일에 나선다는 뜻이 있습니다.

이 챌린지라는 말은 잉글리시(English)를 잘 아는 사람들한테는 익숙한 말이고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아 저렇게 하는 것을 ‘챌린지’라고 하는구나” 하면서 받아들여 쓰게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잉글리시 ‘challenge’를 뒤칠 때 우리 토박이말로 뒤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보는 겁니다.

저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토박이말 ‘해보다’에서 실마리를 찾아보았습니다. 말집(사전)에는 ‘해보다’가 ‘대들어 맞겨루거나 싸우다’는 뜻밖에 없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앞에서 살펴본 ‘도전’의 둘째 뜻과 비슷하게 ‘어떤 일을 이루려고 또는 새로운 열매(결과) 얻기에 나서다’는 새로운 뜻을 보태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해보다’의 이름씨꼴 ‘해보기’에 ‘도전’의 둘째 뜻을 담을 수 있고 ‘챌린지’를 ‘해보기’로 뒤칠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해보기’는 저절로 ‘도전’과 비슷한 말이 됩니다.

우리말에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말, 새로 쓰고자 하는 말과 뜻이 딱 맞는 말이 없을 때 이렇게 쓰고 있는 말에 새로운 뜻을 보태어 쓰는 것도 좋은 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 자연 환경에 외래종을 들여와 풀어 주는 것이 우리 토종 생태계에 좋지 않는 것처럼 다른 나라말을 마구 쓰는 것이 우리말 환경에는 좋지 않다는 생각을 가져 주시면 좋겠습니다. 더 나아가 다른 나라말을 우리 토박이말로 다듬는 일에 힘과 슬기를 모으면 더 좋은 말로 다듬을 수 있을 것이고 우리말 생태계도 더 튼튼해 질 것이라 굳게 믿습니다. ‘챌린지’라는 말을 써야 할 때 ‘해보기’라는 말을 많이 써 주시기를 바랍니다.

㈔토박이말바라기 늘맡음빛(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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