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특성화고, 지역소멸 극복의 지렛대로 활용하자
[의정칼럼]특성화고, 지역소멸 극복의 지렛대로 활용하자
  • 경남일보
  • 승인 2023.06.1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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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욱 도의원(진주1·국민의힘)
 

서울대 8명, 카이스트 3명, 연세대 18명, 고려대 13명 입학. 경기도의 한 특성화고 입시 성적이다. 특히 서울대와 카이스트는 이른바 특성화고 전형도 없이 낸 성적으로 유명 인문계고를 넘어 특목고 수준의 입시 결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케 했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것일까?

물론 이 특성화고의 처음도 순탄치 않았다. 개교 직후인 2002년에 학교재단의 횡령사건이 발생해 학생 정원이 줄어들고 교육청의 지원도 감소했으나 2006년에 한 사업가가 이 학교를 인수, IT 계열과 대학 입시반을 두 축으로 하여 새롭게 교육과정을 일신해 이와 같은 성과를 거뒀다. 탁월한 입시 결과뿐만 아니라 16개에 달하는 창업동아리는 학생들 스스로가 알아서 공부하고 연구하는 자강불식(自强不息)의 교풍을 만들어서 유수 스타트업 기업의 대표들이 여기서 수학했다고 한다.

이에 필자는 이러한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 침체된 경남의 특성화고를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성화고로 대표되는 우리 경남의 농고, 상고, 공고 등은 과거 지역과 국가의 인재 산실이었다. 진주농림고는 전국 3대 농림고(수원, 진주, 이리) 중의 하나였을 뿐만 아니라 마산상고는 부산, 대구, 목포상고와 함께 어깨를 겨룬 명문상고였다. 또한 창원과 진주를 위시한 기계공고는 70~80년대 국가 산업역군의 요람으로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으며 특히 국제기능올림픽에서 19번이나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우수한 인재들을 배출했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 특성화고는 인문계나 특목고에 밀려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하거나 아예 인문계로 전환되는 경우까지 있어 특성화고의 존립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경남교육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2년 현재 도내 전체 고등학교 189개교 중 특성화고는 34개교로 전체 학교에 18% 수준에 머물러 있을뿐만 아니라 특성화고에 다니는 학생 수도 2019년 1만 1011명에서 2022년 9622명으로 1292명이 감소, 3년간 무려 11.8%의 감소율을 보이며 특성화고가 축소되고 있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특성화고의 양적·질적 수준이었다. 2022년 현재 총 34개 특성화고 중 300명 미만의 학교는 21개교로 전체의 62%를 차지하고 있었을뿐만 아니라 100명 미만이 학교도 8곳이나 되어 정상적인 학교 규모를 유지하지 못했다. 이러한 결과는 작은학교들의 대부분이 서부경남을 비롯한 지역소멸 위기 지역에 위치했기 때문이었다.

질적인 문제도 심각해서 경남교육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특성화고는 크게 4대 계열 67개과 598학급 9622명으로 운영중에 있는데, 농어촌 지역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지닌 과는 농업, 해양생산, 해양기술, 조경원예, 스마트원예, 동물산업(축산) 등 6개과 308명으로 운영되어 과 기준 9%, 학생 기준 3.2% 수준에 불과했다. 다시 말해 농어촌 지역의 핵심 산업인 농림수산축산업 관련 과가 너무나 과소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이었다.

이에 필자는 지역소멸 극복의 지렛대로 특성화고 육성을 제안하고자 한다.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과는 과감히 정리하는 한편 지역에 꼭 필요한 학과를 확대하고 시군과 연계해 과감한 지원으로 지역의 일꾼을 길러내자는 것이다. 또한 앞선 사례와 같이 특성화고 내에도 대학 진학반을 적극 운영하면서도, 지역의 협동조합이나 우수한 업체들과 연계해 창업, 창업영농, 창업어업을 유도했으면 한다. 그렇게 해서 특성화고 졸업생들이 나고 자란 고향에서 튼실히 뿌리를 내리며 지역 부흥의 주인공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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