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역사(力士)들
[경일칼럼]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역사(力士)들
  • 경남일보
  • 승인 2023.06.1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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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 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인간은 능력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을 거듭한다. 인간이 들어 올릴 수 있는 한계는 어디까지 일까?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의 운동학자 토드 슈뢰더 박사는 세계 최강의 역도 선수라면 최대 450㎏까지 들어 올릴 수 있다고 말한다. 힘 하면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스포츠는 아마도 역도를 연상하게 될 것이다. 역도(力道, weight lifting)는 누가 더 무거운 무게의 바벨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릴 수 있는지를 겨루는 스포츠다. 체급이 있는 종목 중 유일하게 격투기가 아니다. 역도경기가 근대적인 형태를 갖춘 것은 1800년대 영국에서 덤벨을 사용한 것이 최초이며 1896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대회 때부터 역도는 체조의 일부 종목으로 체급의 제한 없이 한 손으로 들어올리기와 양 손으로 들어올리기의 두 종목이 실시됐다. 사방 4m인 정사각형의 경기대 위에 홀로 선 선수는 자신의 온 힘을 발휘해 무거운 바벨의 저항을 극복하고 들어 올려 규정된 동작을 수행해야 한다. 그래서 역도는 “세상에서 가장 길고 가장 값진 3초다”라고 표현 하기도 한다. 올림픽에서는 인상과 용상 경기를 진행해 최고기록의 합계에 의해 순위를 결정한다. 이렇게 올림픽 역도 이야기를 하게되면 필자의 뇌리에 떠오르는 한 선수가 있다. 바로 터키의 영웅 ‘나임 술래이마놀루’다. 키 147㎝의 작은 몸집으로 자기 체중의 3배를 거뜬히 들어 올려 ‘포켓 헤라클레스’로 불렸던 작은 거인이다. 88서울 올림픽에 참가해 인상에서 자기체중(60㎏)의 2.5배 이상(152.5㎏)을 들어 올렸고, 용상에서는 자기 체중의 3배(190㎏)를 넘겼다. 인상 용상 합계도 최고 기록을 세웠고 역도 사상 최초로 올림픽 3회 연속 금메달(88, 92, 96)과 세계선수권 7연패, 공식 세계기록 46회 달성의 다이아몬드탑을 쌓았다. ‘슐레이마놀루’는 터키인들에게는 역도 영웅 그 이상의 특별한 존재였다. 불가리아 내 소수민족 터키계였던 ‘슐레이마놀루’는 86년 불가리아 정부가 불가리아식 이름인 ‘나음 슐레이마노프’라고 적힌 여권을 발급하자 이에 발끈한 ‘슐레이마놀루’는 곧바로 터키로 망명해 터키 국기를 달고 대회에 출전했다. “나의 민족성이 담긴 내 이름을 바꿀 수 없었다”고 말해 터키인들의 존경을 받았다. 역도 못지않게 애국심이 투철했던 ‘술래이마놀루’는 간부전에 시달려 간 이식 수술까지 받았으나 뇌출혈 등 상태가 악화돼 결국 향년 50세에 세기의 역사(力士)는 숨을 거두었다. 오늘 이렇게 역도 이야기를 하게된 또다른 이유는 진주가 생긴 이래 최초로 국제대회인 2023 진주아시아역도선수권대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필자도 진주실내체육관을 찾아 숨을 죽이면서 관전 했다. 중국의 벽이 높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역도는 정신일도하사불성(精神一到何事不成)해야 하는 강한 정신 집중이 요구된다. 순간적인 힘과 반동, 상하체의 밸런스와 허리 힘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3초의 몰아(沒我)의 시간이 된다. 이제 2023 진주아시아역도선수권대회도 막을 내렸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계기로 다양한 종목의 국제대회를 유치하여 진주시민들께 선사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진주시도 스포츠를 통한 경제 활성화를 위해 국내 프로구단과 연고를 많이 맺었으면 좋겠다. 우리 진주 시민은 프로 야구 농구 축구 배구 등을 보기 위해 먼길을 가야만 한다. 김천시는 인구 14만의 소규모 도시 인데도 도로공사 프로배구단과 지역연고제를 맺고 있다. 올 4월 열린 흥국생명과 챔피언 결정전에서 2패 뒤 3연승을 거두어 V리그 여자부 사상 최초로 챔프전 ‘리버스 스윕’을 달성해 김천 시민의 자존심은 하늘을 찔렀다. 이처럼 스포츠는 시민의 단합과 화합을 이끄는 마력이 있다. 그런데 35만의 진주 시민은 오늘도 먼길을 떠나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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