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성공한 삶이란 어떤 것인가
[경일춘추]성공한 삶이란 어떤 것인가
  • 경남일보
  • 승인 2023.06.1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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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순 뜻있는 도서출판 대표
이지순 뜻있는 도서출판 대표


우리가 성공한 삶이라고 표현하는 데는 마땅히 그 성공에 대한 기준점이 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한 성공한 삶이란 무엇일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일수도 있고 당당하게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세상 눈치도 안 보고 할 수 있는 삶이 될 수도 있겠다.

최근 우리의 자화상들을 들여다보면 필자를 비롯, 많은 사람들이 자기방어적인 삶을 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들이 든다.

언론을 봐도 외신 기자들의 권력자에 대한 질문과 한국 기자들의 질문 수준은 차이를 보인다. 묻지 않고 따지지 않는 사회가 돼가고 있다. 무엇이 두려울까. 자신은 다치지 않고 상처받지 않고 모욕도 당하지 않고 성공하고 싶은 사람들이 대다수인 사회가 어떻게 한 발짝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개인의 삶을 생각해 봐도 시련을 겪지 않고 성공하는 삶은 없다.

다시 남명 조식 선생의 서슬퍼런 상소 ‘을묘사직소’를 읽어봤다. 조선 명종(1555년) 때 임금에게 목을 내놓고 올린 상소 ‘을묘사직소’는 겉으로는 제수 받은 현감 벼슬을 사직하는 상소였으나, 임금과 조정을 꾸짖는 내용으로 당시 조선을 뒤흔든 명문장으로 가득찼다.

상소 한 편으로 남명은 조선의 역사 속에서 가장 탁월한 선비로 추대됐고 임금과 조정은 이 시골 벽촌에 은거한 선비를 털끝 하나 건드릴 수 없었다. 오늘날 생각해 봐도 ‘임금을 어린아이로, 대왕대비를 궁궐 담장 안에서 세상 물정 모르는 과부로, 권신들을 야비한 승냥이떼’라고 한 이 상소는 오백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빛이 나는 문장이 아닐 수 없다. ‘을묘사직소’는 임금과 조정을 꾸짖는 데 그치지 않고 학문하는 자의 정신과 선비의 태도와 함께 구체적인 개혁안까지 담았다. 이를 읽고 들은 유학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쫓는 일이 얼마나 수치스러운 것인지 알았다고 한다. 상소 한 편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전해진 까닭이 여기에 있다.

현대에 들어 지식인이 많지만, 어디를 봐도 조식의 을묘사직소 같이 시대를 관통하는 명문을 발견할 수 없다. 국정을 봐도 여·야 모두 자신들의 이익만 쫓는 모양새이다 보니,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치이념과 자신의 이익과는 상관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사는 삶이 진정 성공한 삶이 아닐까. 남명 조식처럼 자신의 삶을 엄격하게 다스리며, 선비 된 자로서 직언을 망설이지 않는 지식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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